백신 먼저 맞고 입원도 즉시…日코로나시대 '상급국민' 논란
취소 백신 접종도 등록제 시행하는데 기초단체장이 먼저 맞아
백신 예약하려 200번 넘게 전화한 노인도…정치인은 무증상 입원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일본 정부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에 관한 불만이 고조하는 가운데 사회 유력 인사를 특별 대접하는 사례가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13일 현지 공영방송 NHK에 따르면 일본 효고(兵庫)현의 기초자치단체인 가미카와초(神河町)는 고령자를 상대로 한 코로나19 백신 접종 첫날 야마나 소고(山名宗悟) 조초(町長)가 접종받도록 했다.
조초는 유권자의 투표에 의해 선출되는 기초자치단체장이다.
고령자 접종은 만 65세 이상을 대상으로 실시 중인데 야마나 조초는 만 62세라서 특혜라는 지적이 나온다.
야마나 조초는 자신이 코로나19 대책회의를 위해 일주일에 한 번씩 관내 병원에 가고 있어서 지난달 우선 접종이 가능한지 상담했더니 '예약 후 접종하러 오지 않아서 발생하는 취소분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회신해 접종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병원 운영이나 행정에 지장이 생기지 않도록 위기관리를 위해 폐기될 취소분을 유효하게 활용하기 위해 접종했다"고 주장했다.
사이타마(埼玉)현 다도(戶田)시는 취소 백신의 접종을 희망하는 이들이 대기자로 등록하는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이처럼 취소 백신 접종 기회도 불특정 다수에게 제공하는 다른 지자체의 사례에 비춰보면 야마나 조초가 먼저 백신을 맞은 것이 적절했는지 의문을 낳을 만하다.
야마나 조초는 "먼저 맞고 싶다는 생각은 없었으나 주민들로부터 비판이 이어지는 경우는 겸허하게 수용하고 싶다"고 말했다.
앞서 약국 체인을 운영하는 스기홀딩스의 회장과 부인이 백신을 빨리 맞게 해달라고 요청해 관할 시가 우선 예약을 해줬다가 비판을 받고 취소한 바 있다.
도쿄신문은 이와 관련해 "지위도 돈도 있는 '상급 국민'에 의료 우대 의혹"이 시민들 사이에서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스기홀딩스 측이 시내에 건강증진시설을 짓거나 토지와 건물을 시에 무상 임대한 것 등을 소개하고 회장 부부가 지역 유지라서 우선 예약이 이뤄졌을 것이라는 분석에 무게를 실었다.
오사카 지역을 중심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정당인 오사카(大阪)유신회 소속 나카타니 야스노리(中谷恭典) 오사카부(府)의회 의원이 지난달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즉시 입원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 역시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인터넷에서는 "자택 요양을 강요받는 주민이 많이 있는 한편 유신회 의원은 입원 가능하구나"라는 의문이나 비판이 이어진다고 도쿄신문은 전했다.
오사카는 확진자가 급증해 사실상 의료 붕괴 상태에 있다.
이시하라 노부테루(石原伸晃) 전 자민당 간사장이 올해 1월 확진 판정을 받은 후 무증상인데도 당일 입원한 것에 대해서도 의문과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인터넷 사용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자들이 접종 예약을 하기 위해 하루에 200차례 가까이 전화를 시도한 사례가 보도되는 등 일반인은 코로나19 관련 의료 서비스 이용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백신 정책을 담당하는 고노 다로(河野太郞) 행정개혁 담당상은 백신 예약 쇄도 등에 관해 "고령자가 (전원) 접종하기에 충분한 백신을 배송하고 있다. 공급에 전혀 문제가 없다"며 "반드시 접종 가능하니 기다려달라"고 당부했다.
사회 유력 인사들의 특혜 사례가 이어지는 가운데 일반인에게는 인내를 당부하는 것은 행정에 대한 불신과 불만을 키울 것으로 보인다.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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