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집단학살 비판에…에르도안 "미국 원주민은 어찌됐나"
바이든 미국 대통령 아르메니아 집단학살 인정
에르도안 "미국 역사에 집단학살로 분류될 사건 많아"
(이스탄불=연합뉴스) 김승욱 특파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오스만 제국의 아르메니아인 학살을 '집단학살'(genocide)로 인정하자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미국 원주민'과 '베트남'을 거론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국무회의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바이든 대통령을 언급하면서 "집단학살을 언급하기에 앞서 먼저 거울을 들여다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미국 원주민들이 어떻게 됐는지는 말할 필요도 없다"며 "베트남 전쟁과 일본 원자폭탄 투하 등 미국 역사에는 집단학살로 분류될 수 있는 많은 사건이 있었다"고 강조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미국 대통령이 1세기 전 우리 지역에서 일어난 불행한 사건에 대해 근거없고 부당하며 거짓된 언급을 했다"며 "가능한 한 빨리 미국 대통령이 부당한 발언을 철회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아르메니아 집단학살 추모일인 지난 24일 성명을 내고 "미국 국민은 106년 전 오늘 시작된 집단학살로 목숨을 잃은 모든 아르메니아인을 기리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대통령이 아르메니아 집단학살 추모 성명에서 집단학살을 뜻하는 '제노사이드'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은 1981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이후 40년 만이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바이든과 달리 우리 기록 보관소에는 1915년 사건과 관련해 100만 개 이상의 문서가 보관돼 있다"며 "미국 대통령의 파괴적인 발언은 미국 내 아르메니아계의 압력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터키와 아르메니아 역사학자들이 공동 조사위원회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대부분의 역사가는 1915년부터 1923년까지 터키의 전신 오스만튀르크가 아르메니아인과 다른 소수민족을 상대로 집단학살을 자행했다고 인정한다.
이 사건으로 150만 명 정도가 사망했고, 50만 명이 거주지를 떠난 것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터키는 집단학살 자체를 인정하지 않으며, '1915년 사건'이라는 모호한 용어를 사용한다.
터키는 이 사건이 전쟁 중 벌어진 '비극적인' 쌍방 충돌의 결과일 뿐이며 숨진 아르메니아인의 규모도 30만 명 정도라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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