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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T "이란, 잇단 이스라엘 비밀공작에 낭패…허점 노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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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T "이란, 잇단 이스라엘 비밀공작에 낭패…허점 노출"
이스라엘, 이란 내부에 공작망 구축…이란 내부서도 자성·비판 목소리
"이란, 이스라엘에 공개 보복 가능성은 낮아"


(서울=연합뉴스) 강훈상 기자 = 이란이 이스라엘 정보기관의 비밀 공작으로 의심되는 공격을 잇따라 받으면서 안보에 허점이 드러나 난처한 처지가 됐다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스라엘 정보당국은 이란의 핵프로그램을 저지하려고 2007년 이에 깊숙이 관여하는 이란의 핵심 인사를 암살하는 작전을 시작했다.
지금까지 이스라엘의 암살 공작으로 추정되는 공격으로 사망하거나 죽은 이란의 핵과학자와 군인은 모두 7명으로 집계된다.
최근에도 이란에서는 핵프로그램과 연관된 원인불명의 사건이 잇따랐다.
지난해 7월과 올해 4월 우라늄 농축용 원심분리기가 있는 나탄즈의 핵시설 단지에서 폭발이 일어났고, 지난해 11월엔 이란 핵과학자 모센 파크리자데가 테헤란 부근에서 기관총에 맞아 사망했다.
NYT는 이스라엘이 이에 그치지 않고 제3국에서도 이란의 핵프로그램을 좌초시키려는 공작을 벌였다고 전했다.
미국 정보기관에 몸담았던 전 고위 관리는 "이스라엘은 이란에 반입되는 핵프로그램 관련 설비, 포장에 위치추적기를 달거나 폭발물을 몰래 달아 이 설비가 설치되면 폭발하도록 하는 방식 등의 방법을 썼다"라고 말했다.


이번달 11일 벌어진 나탄즈 핵시설 폭발 사건도 매우 정교했다.
페레이둔 압바시-다버니 전 이란 원자력청장은 현지 방송을 통해 "침입자들이 주 전력망과 예비 배터리를 동시에 끊었고, 갑자기 전력이 끊기자 원심분리기의 회전이 통제되지 않아 수천 기가 파괴됐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이스라엘의 공작으로 의심되는 공격이 잇따르면서 이란 내부에서는 모든 사건의 원인을 외부로 돌리는 '편집증'이 커질 수 있다고 NYT는 해석했다.
이달 18일 이란 혁명수비대 정예부대인 쿠드스군의 모하메드 헤자지 부사령관의 사망을 둘러싼 '의심의 구름'이 한 예다.
혁명수비대는 그의 사인이 심장질환이었다고 발표했지만 그가 이스라엘 모사드의 '암살 표적' 중 하나였다는 점에서 타살에 대한 의혹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런 편집증으로 이란이 핵프로그램과 관련한 인적·물적 자원에 대한 보안 점검, 핵시설 경비, 반입되는 설비·부품에 대한 검사를 강화하게 되면 이스라엘로서는 결과적으로 이란의 핵프로그램을 지연시키는 '부수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이 신문은 해설했다.
영국의 싱크탱크 채텀하우스의 새넘 바킬 중동·북아프리카 부국장은 NYT에 "이처럼 과감한 방식으로 이란 내부를 효과적으로 타격할 수 있는 이스라엘의 역량에 이란은 엄청나게 당황스러울 것"이라며 "이란 내부의 약점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은 파크리자데 박사 암살, 나탄즈 핵시설 공격 뒤 범인의 신원을 파악했다면서도 사건의 전모를 정확히 공개하지는 않으면서 이스라엘이 배후라고만 주장했다.
이번달 나탄즈 핵시설이 공격당한 뒤에도 이란인 범인 1명의 이름과 얼굴을 공개했으나 그가 출국해버렸다고 발표해 '뒷북'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란 내부에서도 자성과 경고의 목소리가 나왔다.
이란 의회의 전략연구소는 "이란이 간첩의 천국이 됐다"라고 질타했다.
또 이란 안보·정보 기구를 전면 개편하고 관련 책임자를 경질하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아미르-호세인 가지자데 하셰미 이란 의회 부의장은 19일 현지 언론에 "이런 공격에 대해 이제 더는 이스라엘과 미국 탓만 하면 안된다"라며 "이란은 집안 청소부터 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NYT는 이란인이 이스라엘에 포섭된 사실이 밝혀지면 사형에 처해지지만 이스라엘 정보당국은 이란 내부에 은밀하고도 견고한 공작망을 구축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최근 이란에서 일어난 공격들은 이란의 안보 당국이 이스라엘의 공작망을 분쇄하지 못했다는 점을 시사한다"라고 분석했다.

이란에 대한 이스라엘의 물리적 공세는 조 바이든 미 행정부의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복원 움직임과도 맞물린다.
이란과 매우 적대적인 이스라엘은 핵합의를 폐기해야 한다고 미국에 요구하는 만큼 바이든 정부의 이런 행보가 달갑지 않다.
이란은 핵프로그램을 재가동했고, 이를 지렛대로 서방과 재개된 핵합의 복원 협상에서 이익을 극대화하는 '카드'로 사용하려고 한다.
따라서 이란의 핵프로그램 역량을 위축하는 이스라엘의 공작은 이란의 협상력을 낮출 수 있고, 이란의 핵위협이 적어지면 미국도 서둘러 핵합의를 되살릴 이유가 사라지게 된다.
이스라엘에 대한 이란의 보복 공격에 대해 NYT는 가능성이 작다고 봤다.
이란은 이스라엘을 겨냥한 보복을 천명했지만 이 신문은 "이란은 인내라기보다는 실패 때문에 이스라엘에 대한 공격을 뭉갤 수 있다"라며 "이란은 공개적인 보복은 이스라엘의 과도한 대응을 감수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미국의 제재와 코로나19 위기로 경제난이 심각해진 이란으로서는 핵합의를 신속히 복원해야 하는 만큼 이를 위한 협상을 진척해야 하고, 이런 상황에선 이스라엘에 보복 공격을 할 공산이 작다는 것이다.
hskan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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