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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이제는 미국인 다 맞을 수 있다…"1년 전엔 상상 못한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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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이제는 미국인 다 맞을 수 있다…"1년 전엔 상상 못한 일"
바이든 행정부 접종 속도전에 19일부터 '모든 성인 접종 자격'
일사천리 현장 접종…워싱턴DC선 화이자·모더나 고를 수 있어
18개 주는 非주민에도 접종…가족모임·휴가 기대감 부푼 미국



(워싱턴=연합뉴스) 백나리 특파원 = "1년 전 기억나요? 그때 모두 너무 불안했는데 이제는 미국인이 전부 백신을 맞을 수 있네요. 굉장한 일이죠. 상상도 못 했어요."
19일(현지시간) 오후 미국 워싱턴DC의 월터 E. 컨벤션센터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맞으러 가서 접종을 기다리던 뒷사람에게 물었다.
이날은 마침 조 바이든 대통령이 16세 이상의 모든 미국인에게 접종 자격이 확대되도록 하겠다고 약속한 날짜였다. 이날부터 모든 미국인이 백신을 맞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느냐고 물었더니 이런 답이 돌아왔다.
1년 전 미국에 있었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기억할 것이다. 독감과 같은 것이라던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의 장담 속에 대응이 늦어지고 결국 신규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던 와중에 각자가 대책 없이 마주해야 했던 어수선한 심정은 2020년 봄에 정확히 포개져 있다.
그러던 시절이 무색하게 지금은 모두가 백신을 맞을 수 있게 됐다. 고령과 기저질환자 등을 중심으로 시작된 접종에 속도가 붙어 이제는 건강한 청년들까지 차례가 온 셈이다.



백신 접종도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오후 2시 30분으로 예약하고 10분 전에 도착했는데 20명 정도가 줄을 서 있었고 20분 뒤에는 백신을 맞는 의자에 앉을 수 있었다.
신분증 확인도 운전면허증 하나로 그쳤다. 먼저 백신을 맞은 이들에게 듣긴 했지만, 혹시 몰라 여권도 챙겨갔다가 손도 대지 않고 돌아왔다.
간호사는 접종하면서 "첫 회분을 놔주게 돼서 기쁘다. '어머니의 날'(5월 9일)이 다가오는데 백신을 맞으면 가족을 만날 수 있지 않나"라며 긴장을 풀어줬다. 작년과 달리 올해 어머니의 날은 백신을 맞은 가족과 한자리에서 보낼 수도 있다는 미국 국민의 기대감이 묻어나는 얘기이기도 했다.
접종 후 15분에서 30분 정도 이상반응이 있는지 살펴보며 기다리는 동안 온라인으로 2차 접종을 예약하라고 했다.
5월 10일부터 2차 접종이 가능했는데 오전 7시 45분부터 30분 간격으로 예약을 받고 있었고 예약 절차도 1차 때와 같이 간편했다.



워싱턴DC 보건당국에서 이메일을 받고 온라인으로 접종을 예약할 때 가장 눈에 띄었던 건 사실상 백신을 고를 수 있다는 점이었다.
집 주변의 접종장소를 다양하게 알려주는데 각 접종장소에서 어떤 백신을 놔주는지를 함께 표시해둔 것이다. 백신이 충분하니 걱정하지 말라던 바이든 대통령의 호언을 실감할 수 있었던 순간이었다.
접종장소로 컨벤션센터 같은 대형 시설부터 인근 마트와 약국까지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다는 점 역시 편리했다. 주(州)마다 어느 정도 차이는 있겠지만 접종 속도전이 가능하도록 제반여건이 갖춰졌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미국에 몇 년만 체류하는 외국인이라는 점도 접종 순서에는 별 영향이 없어 보였다. 이런 속도전 덕에 18세 이상 성인 중 1회라도 접종을 한 경우가 절반을 넘고 백신 접종을 완전히 마친 건 30%가 넘었다.



바이든 대통령이 5월 1일이었던 기점을 열흘여 당겨 지난 6일 '4월 19일 미국의 모든 성인이 백신을 맞을 자격을 갖게 될 것'이라고 공언했을 때만 해도 가능성에 대해서는 반신반의하는 분위기였다.
19일이 되자 뉴저지와 매사추세츠, 오리건 같이 마지막 남은 주들이 모든 성인에게 접종 자격을 확대, 바이든 대통령이 제시한 시한을 맞췄다.
그렇다고 미국의 모든 성인이 접종 예약을 잡은 것은 아니다. 모든 성인이 접종 대상이 됐다는 것이고 당국의 안내에 따라 차례로 예약을 잡아 백신을 맞게 된다.
이날 현재 캘리포니아와 펜실베이니아, 미시간 등 18개 주와 푸에르토리코에서는 백신 접종을 할 때 주민 여부를 따지지 않고 있다고 NBC방송은 전했다. 그만큼 백신이 충분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백신 접종장소에서 만난 마틴이라는 이름의 30대 남성은 이날 2차 접종을 마쳤다고 했다. 하고 싶은 게 있는지를 묻자 "미네소타주에 계신 부모님을 뵈러 간다. 1년 넘게 못 만났다"고 했다.
세레스라는 이름의 여성은 2차 접종을 마치면 플로리다주 해변에 갈 거라고 했다. 뭘 할 거냐고 되묻기에 아직 계획이 없다고 하니 "빨리 휴가 가라. 또 어떤 일이 생길지 누가 아나"라며 웃었다.


nari@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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