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마켓에 내 주소 공개?" 공정위 규제 논란에 수정안 발의
공정위 "판매자 잠적하면 중개 앱 책임" vs 업계 "수사의 영역"
윤관석 정무위원장, 업계 의견 일부 반영한 개정안 내놓아
(서울=연합뉴스) 이효석 기자 = 공정거래위원회가 추진하는 개인 간 거래(C2C) 규제가 이용자의 개인정보 주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국회에서 수정안이 발의됐다.
31일 IT업계에 따르면, 국회 정무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윤관석 의원은 전날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전자상거래법·전상법) 전부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윤 의원의 전상법 개정안은 이달 초 공정위가 입법예고한 전상법 개정안에서 사회적 논란이 된 부분을 일부 손질한 안이다.
대표적으로 '당근마켓' 같은 개인 간 거래 앱을 쓰다가 문제가 생기면 실명·전화번호·주소 등을 거래 상대방에게 공개해야 한다는 부분을 고쳤다.
최근 정부는 낡은 현행법이 포털·오픈마켓·배달앱 등 급증한 온라인 플랫폼을 제대로 규율하지 못하고 있다고 보고 관련 법 개정을 여럿 추진하는 중이다.
플랫폼이 입주업체에 '갑질'을 하지 못하도록 예방하는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을 마련하고 플랫폼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전상법 개정도 추진하고 있다.
공정위는 이달 5일 전상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소비자가 온라인 거래에서 피해를 보지 않도록 방지하기 위해 플랫폼의 책임을 강화한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공정위의 법안이 당근마켓 같은 C2C 거래 중개 서비스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우려가 각계에서 나왔다.
공정위는 당근마켓·중고나라 등 개인 간 거래에서 판매자가 잠적하는 등 거래 사기가 일어났을 때 중개업체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본다.
중개업체가 회원들 이름·주소·전화번호 등 기본적인 신상정보를 파악하고 있어야 하며, 사기 사건이 일어나면 업체가 구매자에게 판매자의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정위는 "개인 간 거래에서 발생한 '분쟁'이므로 플랫폼이 책임져야 한다"는 관점인데, IT업계는 "공정위가 말하는 상황은 분쟁이 아니라 '사기'이므로 형법과 수사의 영역이지 전상법으로 규율할 영역이 아니다"라고 반박한다.
법조계에서도 판매자가 잠적 등으로 구매자에게 피해를 주는 상황은 현행 형법상 사기죄에 해당한다는 게 중론이다.
서비스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물건 구매자가 원할 경우 판매자의 이름·주소·전화번호 등을 구매자에게 알려주도록 하라는 공정위 법안이 개인정보 권리를 과도하게 침해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윤 의원은 "정부가 입법예고한 안이 의견 수렴이 부족했다는 비판이 있었다"며 "온라인 플랫폼 업계와 스타트업 관계자들 의견을 청취해 법안을 수정했다"고 설명했다.
윤 의원 안은 C2C 중개 업체가 '주소'를 수집·제공해야 한다는 부분을 삭제하고, 분쟁 발생 시 이름·전화번호 등의 정보를 제공해야만 한다는 의무 조항을 삭제했다.
맞춤형 광고 규제, 결제 대금 예치 제도 안내 등 다른 규제 부분에도 업계 의견을 반영해 일부 수정했다.
윤 의원은 "국민 권익을 보호하고 스타트업이나 기업이 과도한 부담을 갖지 않도록 했다"며 "발의 이후에도 여론과 여야 의견을 경청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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