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비리 인사' 승진에 금감원 내홍 심화…노조, 특별감찰 청구
윤 원장 자진사퇴 촉구 이어 "대통령이 해임" 요구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지난달 정기인사로 촉발된 금융감독원 내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노조는 과거 채용비리에 연루된 직원 2명의 승진을 문제 삼으며 윤석헌 금감원장의 자진 퇴임을 요구한 데 이어 15일엔 청와대에 특별감찰을 청구했다.
노조는 이날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과거 채용비리에 가담한 A씨가 내규상 승진 자격이 없는데도 팀장으로 승진시켜 금감원 직원의 임면을 결정하는 원장으로서 임무를 해태했다"며 "윤 원장의 직무유기 혐의에 대해 민정수석실 공직기강감찰실에 특별감찰을 청구한다"고 밝혔다.
또 "윤 원장이(에게) 책임지고 연임포기 선언을 하라고 요구했지만, 인사권자인 대통령이 결정할 사안이라고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며 "대통령께서 조속히 윤 원장을 해임해주시기 바란다"고 주장했다.
윤 원장에게 우호적이던 노조가 그에 대한 비판 수위를 높이기 시작한 것은 지난달 정기인사 이후부터다. 노조는 인사 적체, 특정 인사의 요직 독식, 밀실 인사 등을 문제 삼아 윤 원장에게 책임을 물었다.
특히 과거 채용 비리에 연루돼 내부징계를 받았던 직원 2명이 각각 부국장, 팀장으로 승진하자 노조는 "인사 참사"라며 윤 원장의 사퇴를 요구했다.
이번에 팀장으로 승진한 A씨는 2015년 5급 신입 공채에서 채용 비리에 관여한 혐의로 2018년 정직 처분을 받은 인물이다.
당시 금감원 총무국장은 금감원 수석부원장을 지낸 김용환 당시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의 청탁을 받고 애초 계획보다 채용 인원을 3명 늘려 전직 수출입은행 부행장의 아들 김모씨를 뽑았다. 김씨는 면접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고, 금감원이 애초 채용 절차에 없던 세평 조회를 추가하면서 애초 합격권이었던 3명은 탈락했다.
당시 선임조사역이었던 A씨는 면접 점수를 조작하거나 합격권 응시자 평판을 부정적으로 작성해 채용 비리를 도운 것으로 드러났다. 다만 검찰이 기소하지 않아 형사처벌은 면했다.
A씨는 2016년 서울의 한 대학 학부를 나왔지만 지역인재로 분류되기 위해 카이스트 학부를 졸업했다고 허위로 기재한 지원자의 합격에도 관여했다. 당시 이를 알아챈 직원의 문제 제기가 있었지만 묵살된 것으로 조사됐다.
부국장으로 승진한 B씨는 2014년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임영호 전 의원의 자녀 부정 채용을 추진하던 윗선이 서류전형 기준 변경을 요청하자 이에 동의했다는 이유로 견책 처분을 받은 바 있다. 당시 부정채용을 지시한 부원장과 부원장보는 실형 선고를 받았다.
금감원은 이들 인사의 승진에 대해 징계에 따른 불이익 부과 기간이 지났고, 인사평가 결과가 우수해 결정된 것이라는 입장이다. 고과가 우수한 직원을 '공소시효'가 지난 이력 때문에 승진에서 배제하면 또 다른 공정성 시비가 불거질 수 있다는 점도 고려했다고도 강조한다.
그러나 노조는 채용비리 여파로 3급 이상 직급 인원 축소, 상여금 삭감 등의 고통을 직원들이 감수하고 있는데 구상권 행사는커녕 채용 가담자를 승진시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반발했다.
윤 원장은 지난 5일 노조와 만나 인사 관련 태스크포스(TF) 신설 등을 제안하며 갈등 해소를 도모했지만, 입장차만 확인하고 돌아섰다.
부원장 4명도 호소문을 내고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며 내부 소통을 활성화하고 밝혔지만, 내부 호응을 얻지는 못했다.
갈등 수습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결국 이러한 갈등의 근본 원인은 인사 적체라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노조는 투쟁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노조는 이날 "기관의 특성을 고려할 때 윤 원장의 비위 행위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처벌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금감원은 금융회사의 조롱 대상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며 "일벌백계로 다스려달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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