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선거제 개편에 자격 미달자의 충성심 경쟁만 벌어질것"
홍콩 민주당 대표 인터뷰 "범민주진영 정치인의 출마·참여의지 떨어질 듯"
"1997년 홍콩특별행정구 출범 후 홍콩 민주주의 가장 낮은 수준"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홍콩 최대 야당인 민주당의 대표 로킨헤이(羅健熙) 주석은 11일 홍콩 선거제 개편과 관련해 "홍콩 역사상 어느 때보다, 중국으로 반환돼 1997년 홍콩특별행정구가 출범한 이래 가장 덜 민주적인 사회가 됐다"고 비판했다.
로 주석은 이날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중국은 '홍콩 특색 민주주의'라고 말하는데 홍콩의 민주주의는 어느 때보다 낮은 수준이 됐다"고 개탄했다.
이날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는 홍콩 선거제 개편안 초안을 의결했다.
핵심은 공직 선거 출마 자격을 당국이 심사하고, 행정장관 선거인단에 시민이 선출하는 몫을 줄이는 것에 맞춰졌다.
홍콩 의회인 입법회 의원수는 90석 확대가 발표됐지만 세부 구성은 공개되지 않았다. 홍콩언론은 이중 선출직이 현재의 35석에서 20석으로 줄어들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로 주석은 "중국은 2019년 시위를 홍콩의 이번 선거제 개편의 주요 핑계로 내세웠지만 (오늘 발표된) 선거제 개편은 2019년 같은 시위의 재발을 막지 못할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2019년 시위는 캐리 람 행정장관이 대중의 목소리에 부응하지 못하고 입법회가 시민들이 진짜 원하는 바를 반영하지 못했기 때문에 일어난 것"이라며 "시민들이 정부가 입법하려는 송환법을 제도적으로 막을 수가 없어 거리로 몰려나온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나 입법회는 민의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홍콩인들은 그들이 자신들을 돕지 않는다고 생각했다"며 "상황을 개선하려면, 홍콩인들의 신뢰를 회복하려면 대중의 목소리를 억누를 게 아니라 입법회 의원이 민의에 책임감을 가져야한다"고 밝혔다.
로 주석은 지금의 상황이 "매우 슬프다"면서 앞으로 홍콩 정부나 정가에서는 자격 미달자들의 충성심 경쟁만 벌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입법회는 점점 더 덜 홍콩인을 대표하게 될 것"이라며 "홍콩인을 대표할 수도 없고 홍콩인을 위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들로 채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누가 가장 (중국에) 충성하나 경쟁만 벌어질 것"이라며 "(정치인들의) 자격은 점점 더 떨어지고, 정부가 사회적 이슈에 대응하는 역량에도 영향이 갈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전적으로 지혜롭지 못하다. 진정 해야하는 일의 반대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선거제 개편에 따라 범민주 진영의 입지는 좁아질 수밖에 없다.
공직 선거 출마자격 심의위원회에서는 출마 지원자의 '애국심'을 심사하게 된다. 단적으로 2019년 시위에 참여했다면 심사를 통과할 수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로 주석은 "이제 범민주 진영에서는 어떤 선거도 출마하는 게 힘들어졌다. 문턱이 높아졌다. 심의위원회는 후보자들의 정치적 신념을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선거제 개편은 범민주 진영 정치인들의 생각과 의지에도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과거에는 범민주 진영에서 어떤 기회라도 잡아야한다고 생각했고 어떤 자리라도 차지해 목소리를 내야한다고 생각했다"며 "그러나 지금 상황에서는 우리 쪽 많은 정치인들의 선거 출마 의지나 정치 참여 의지가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로 주석은 다만 "물론 우리는 출마 여부를 비롯해 아직 입장을 최종 결정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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