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사태로 불붙은 농지 꼼수이용 논란…"소유 규정 강화 검토"
농촌 활성화 위해 농지 규정 꾸준히 완화했지만 악용 우려 커져
농업계 "비농민의 농지소유 막아야"…정부 "규제 방식-수준 논의"
(서울=연합뉴스) 고은지 기자 =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땅투기 의혹에 완화된 농지법이 악용됐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농정당국이 농지 소유 관련 규정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나섰다.
11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현행 농지법에는 '농지는 자기의 농업경영에 이용하거나 이용할 자가 아니면 소유하지 못한다'는 규정이 있다.
원칙적으로 농업인만 농지를 소유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그동안 농지 소유 허용 범위가 꾸준히 확대돼 왔다.
1996년 1월 1일 시행된 농지법에서는 도시거주인도 농지를 소유할 수 있도록 했고 2003년부터는 비농업인이 주말농장 등의 목적으로 1천㎡ 미만의 농지를 취득할 수 있도록 예외를 뒀다.
현행 규정을 보면 '주말·체험영농을 하려는 사람은 총 1천㎡ 미만의 농지를 소유할 수 있다. 이 경우 면적 계산은 그 세대원 전부가 소유하는 총면적으로 한다'고 명시돼 있다.
또 토지를 취득할 때는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발급받아야 하는데 이때 1천㎡ 미만의 농지는 자격증명 발급에 필요한 농업경영계획서를 제출하지 않아도 된다.
이와 관련해 농식품부는 "농지 관련 제도는 농촌 고령화 문제 해소, 농촌으로의 도시민 유입, 주말농장 활성화, 농촌 가치 알리기 등의 차원에서 점차 완화돼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번에 LH 직원들의 신도시 주변의 농지를 다수 사들인 사실이 확인되면서 완화된 농지법이 땅투기를 위한 꼼수로 이용됐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농업계와 관련 시민단체에서는 LH 사태 이전부터 농지 취득 규정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오랫동안 제기해 왔다.
농민단체 연대체인 '농민의길'은 지난 10일 기자회견에서 "헌법에 경자유전(耕者有田·농사짓는 사람만 농지 소유) 원칙이 명시돼있지만, 농지법은 영농계획서만 제출하면 누구나 농지를 소유할 수 있도록 예외 규정을 뒀다"며 "(농지 소유 후) 영농 사실을 확인하지 않아 법이 농지를 투기의 대상으로 전락시켰다"고 비판했다.
이어 "정부는 농지 소유 실태 전수조사를 즉각 시행하고 농민이 아닌 사람이 불법 소유 중인 농지를 매입해 농지의 공공성을 높여야 한다"며 "헌법 정신에 부합하도록 농지법도 전면 개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부산경남연맹 소속 농민들은 지난 8일 '농지투기' 규탄 기자회견에서 "식량의 보고인 농지는 절대로 투기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되며 비농민의 농지 소유를 엄격하게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정부에서도 지난해부터 농지 소유나 취득 절차에 관해 여러 논의를 하고 있다"며 "농지 관련 규정을 강화해야 한다는 농업계 등의 요구에 대해 어느 정도, 어떤 방식으로 추진해야 할지 검토 중인 단계"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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