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이 주말 보낸 캠프 데이비드…정상외교 무대 부활할까
루스벨트 때부터 대통령 전용 별장…이스라엘-이집트 평화협정 탄생한 곳
트럼프는 자신 소유 리조트 선호…'외교중시' 바이든 적극 활용 예상
(워싱턴=연합뉴스) 류지복 특파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0일 취임 후 처음으로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주말을 보냈다.
지난 12일(현지시간) 이곳을 찾은 뒤 주말을 지내고 미국 '대통령의 날(프레지던트 데이)'인 15일까지 머물렀다.
캠프 데이비드는 워싱턴DC 백악관에서 100km가량 떨어진 메릴랜드주의 산속에 자리잡고 있다.
영화관, 승마장, 볼링장 등이 갖춰져 있지만 화려한 시설이라기보다는 대통령이 머리를 식힐 수 있는 소박한 휴양지에 가깝다는 것이 AP통신의 설명이다.
프랭클린 델라노 루스벨트 전 대통령이 1943년 처음 방문한 이래 미국 대통령들이 즐겨 찾는 곳으로 자리매김했다.
루스벨트 전 대통령은 이곳을 '지상낙원'이라는 뜻의 '샹그릴라'라고 불렀지만,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전 대통령이 자신의 아버지와 손자 이름을 따 '캠프 데이비드'라고 명명했다.
미 대통령이 주말에 종종 백악관을 벗어나 휴식과 업무를 겸하는 곳이지만, 미국 외교사에서 중요한 일들이 벌어진 역사의 현장으로도 유명하다.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는 루스벨트 전 대통령 시절인 1943년 외국 정상 중 처음으로 이곳을 방문했다. 당시 두 사람은 이곳에서 2차 대전의 물줄기를 바꾼 노르망디 상륙작전의 토대를 잡았다.
지미 카터 대통령 시절이던 1978년 9월 이스라엘 총리와 이집트 대통령이 중동평화를 위해 13일간 협상 끝에 평화협정의 골격을 잡은 것도 이곳이었다. 캠프 데이비드 협정이라는 이름이 붙었을 정도다.
빌 클린턴 대통령도 2000년 중동평화협상을 위해 이스라엘 총리와 팔레스타인 지도자를 이곳에 초청했지만 양국 간 2주 넘는 협상에도 합의에 이르진 못했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외국 정상을 초대하거나, 2001년 9·11 테러 이후 각료들과 미국의 대응을 논의하기 위한 장소로 종종 활용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2012년 주요 8개국(G8) 정상회의를 캠프 데이비드에서 개최했다.
한국 대통령 중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2008년 4월 이곳에 첫 초청을 받아 부시 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진 적이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9년 아프가니스탄의 무장조직 탈레반과 평화합의 서명을 위해 탈레반 지도자들을 초청하려 했다가 테러리스트를 이곳에 데려올 순 없다는 반대에 막혀 뜻을 이루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지난해에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여기에서 개최하려 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유행 탓에 성사되지 못했다.
그러나 트럼프 전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과 달리 이곳에서 거의 시간을 보내지 않았고 한 명의 외국 고위 인사도 캠프 데이비드로 초청하지 않은 대통령이었다고 AP는 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스스로 기자들에게 "이곳을 얼마나 오랫동안 좋아할 줄 아느냐. 약 30분 정도"라고 말했을 정도다. 대신 자신 소유인 플로리다 마러라고 리조트 등에서 휴식을 취하길 선호했다.
과거 이곳 책임자를 지낸 마이클 조르조네는 AP에 외교를 중시하는 바이든 대통령이 전염병 대유행 통제 이후 이곳을 외국 정상을 초청하는 공간으로 활용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통나무집에 머물며 산책하고 자전거를 타거나 작은 회의실의 멋진 테이블에 앉는 것은 정상들이 친밀감을 느끼도록 하는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조르조네는 청소년이 한 집에 모여 함께 놀면서 밤을 보내는 '슬립오버'(Sleepover)에 빗대 해외 정상을 캠프 데이비드로 초청하는 것을 '어른들의 슬립오버'라고 표현했다.
jbry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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