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5만년 전 네안데르탈인 몸속 미생물 현대인과 비슷
분변 퇴적물 속 고대 DNA 분석…70만년 전 같은 조상서 물려받은 듯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현생인류와 공존하다 멸종한 네안데르탈인이 위장관 안에 현대인과 같은 유익균을 갖고 있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를 토대로 약 70만년 전 현생인류와 네안데르탈인이 분리되기 이전부터 사람 속(屬)의 몸속에 이런 유익균이 있었다는 가설도 제기됐다.
이탈리아 볼로냐대학과 네이처에 따르면 이 대학 약학·생물공학과 마르코 칸델라 교수가 이끄는 국제 연구팀은 스페인 남부 알리칸테 인근 엘 살트의 구석기시대 중기 유적지에서 발굴한 퇴적물을 분석해 얻은 결과를 '커뮤니케이션스 바이올로지'(Communications Biology)를 통해 발표했다.엘 살트 유적지는 네안데르탈인이 살았던 곳으로 연구팀은 5만 년 전 분변 퇴적물을 포함해 4개 층위에서 수거한 14개 퇴적물에서 고대 DNA를 추출해 분석했다.
이 분변 퇴적물은 지금까지 확보된 시료 중 가장 오래된 것이라고 연구팀은 밝혔다.
연구팀은 DNA 분석을 토대로 네안데르탈인의 위장관에 살았을 것으로 추정되는 미생물을 추려낼 수 있었으며, 그 결과 블라우티아(Blautia)와 도레아(Dorea), 로제부리아(Roseburia), 루미노코쿠스(Ruminococcus), 피칼리박테리움(Faecalibacterium) 등 잘 알려진 박테리아가 상당수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박테리아들은 식이섬유에서 이중결합이 한 개만 있는 단쇄(單鎖) 지방산을 만들어 대사와 면역 균형을 조절하는 유익균이다.
이와 함께 인체의 면역 방어, 특히 유아기의 면역력 조절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비피두스균(Bifidobacterium)도 포함돼 있었다.
논문 제1 저자인 볼로냐대학 연구원 실비아 투로니 박사는 "고대 DNA 분석을 통해 현대인과 공유하는 핵심 미생물을 가려낼 수 있었다"면서 "이는 약 70만 년 전 현생인류와 네안데르탈인이 갈라지기 전 공통 조상의 위장관 내에 이런 미생물이 살았다는 가설을 가능하게 해주는 것"이라고 했다.
또 현대인에게서는 사라진 "옛친구"도 일부 찾아냈다.
연구팀은 현대인이 가공식품을 섭취하고 화학물질로 된 의약품을 이용할 뿐만 아니라 지나치게 위생적인 환경에서 생활하면서 위장관 내 미생물군의 다양성이 위태로울 만큼 줄어들었다는 다른 연구 결과를 인용하면서 현대 생활을 통해 사라지게 된 미생물을 옛친구로 지칭했다.
연구팀은 네안데르탈인의 위장관 내에서 일부 옛친구를 찾아낸 것은 현생인류도 이를 갖고 있었지만 현대 생활로 잃게 됐다는 가설을 확인해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칸델라 박사는 "지금의 현대화 시나리오로는 미생물 다양성이 점차 줄어드는 것으로 돼있는데, 이런 정보는 인간의 건강에 기본이 되는 미생물을 지킬 수 있는 통합적인 식단과 생활 스타일 전략을 수립하는데 길잡이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eomns@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