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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취임] 중국 '트럼프식 안 통해' 경고 속 기대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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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취임] 중국 '트럼프식 안 통해' 경고 속 기대감도
중국 이례적 새벽 발표 '트럼프의 반중성향 심복들' 제재
"무너진 미중 관계 개선 위해 용기를 보여야" 주문하기도


(베이징=연합뉴스) 심재훈 특파원 = 중국 정부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 직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핵심 인사들을 무더기로 제재하며 중국에 강경책을 구사해서는 안된다는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이번 제재는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 후보자 등 바이든 행정부의 핵심 참모들이 중국을 향해 공세적인 태도를 분명히 드러내는 가운데 나와 향후 미중 관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중국 관영 매체들은 바이든 대통령이 무너진 미중 관계 개선을 위해 용기를 보여야한다고 주문하는 등 경계심과 기대감을 함께 내비쳐 4년 전 트럼프 대통령 취임 당시 적대적인 분위기와는 다소 다른 분위기도 감지된다.

◇ 바이든 취임 선서 직후 중국 '트럼프 참모들에 철퇴'
중국 외교부는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 선서를 한 지 몇 분 뒤인 21일 오전 1시(현지시간)가 조금 지나 중국의 주권을 심각히 침해한 반중 미국 인사 28명을 제재한다고 발표했다.
중국 외교부가 다른 나라, 특히 미국에 대해 새벽에 제재를 발표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로 중국 정부는 트럼프 행정부가 물러나기만을 기다렸다는 듯이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등을 제재했다.
베이징 소식통은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트럼프 전 대통령의 측근인 폼페이오 장관 등 고위급들을 제재한 것은 중국으로선 최고의 응징"이라면서 "반중 미국 인사들은 반드시 보복을 당하므로 바이든 행정부는 전철을 밟지 말라는 경고를 담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제재 대상엔 폼페이오 장관과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정책국장, 데이비드 스틸웰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 등 대중국 압박을 주도했던 고위급이 모두 포함됐다.
앞으로 이들과 가족은 중국 본토, 홍콩, 마카오 입국이 금지되며 관련 회사와 단체도 중국에서 사업이 제한된다.
한마디로 트럼프 전 정권에서 중국을 제재했던 인사들이 다시는 중국 관련 일에서 돈을 벌 수 없도록 족쇄를 채운 셈이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전날 정례 브리핑에서 폼페이오 장관의 대중국 강경책과 관련해 "그는 몇 년간 너무 많은 거짓말을 하고 독을 뿌렸다"면서 "그는 세계적인 거짓말로 전 세계의 웃음거리가 됐으며 반드시 역사의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강력한 보복을 예고한 바 있다.
중국 관변 학자들은 중국의 이번 제재가 반중 인사들에 대한 최고 수준의 대응이며 향후 미중 관계에 있어 마지노선을 분명히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댜오다밍(刀大明) 인민대 국제관계학원 부교수는 "이번에 제재를 받은 미국 관리들은 재임 기간 미중 관계를 크게 훼손했는데 이는 자신들의 이기적인 이해와 강박 관념 때문"이라면서 "중국은 이들이 물러난 뒤에도 '중국 카드'를 이용해 중국에 해를 끼치도록 놔둬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댜오 부교수는 "중국은 이들이 물러남에 따라 제재하기로 했다"면서 "이는 향후 미중 관계 안정을 바라는 중국의 큰 자제심과 진정성이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 연설에서 중국은 단 한 차례도 언급하지 않았으며 미중 갈등을 어떻게 풀지에 대해서도 분명한 신호를 보내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바이든 대통령의 연설이 국내 문제에 초점을 맞춘 반면 트럼프는 퇴임 직전 공개한 연설에서 중국을 공격하면서 대중 적대 정책을 차기 정부에 넘겨주기를 원했다며 바이든 행정부에 기대와 우려를 보냈다.

◇ 바이든 반중 참모진에 경고 의미…"제2 폼페이오 안돼"
바이든 정부의 핵심 참모들은 지난 19일(현지시간) 상원 인준 청문회에서 새 정부에서도 중국에 대한 강공 기조가 이어질 것임을 시사했다.
블링컨 국무장관 지명자는 미국 입장에서 중국이 가장 중대한 도전과제라는 점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면서 "중국에 대해 강경한 접근법을 취한 것은 옳았다"고 말했다.
미국 내 모든 정보기관을 총괄하는 국가정보국(DNI) 국장 지명자인 애브릴 헤인스는 미국이 중국의 위협에 맞서 "공격적인 자세"를 취해야 한다며 중국은 확실히 '적국'이라고 규정했다.
이를 의식한 듯 리하이둥(李海東) 중국 외교학원 국제관계연구소 교수는 "중국을 무자비하게 압박한 미국 전직 관료들을 제재한 것은 향후 미국의 대중국 정책에 있어 중국의 핵심 이익을 존중해야 한다는 경고를 담고 있다"고 지적했다.

뤼샹(呂祥) 중국 사회과학원 미국학 연구원은 중국의 이번 조치는 반중 미국 정치권 인사들이 퇴임 후 민간 기업과 금융기관, 싱크탱크에 재취업하는 '회전문 인사'를 막기 위한 의미도 있다고 해석했다.
뤼 연구원은 "이번 제재는 반중 정치인들이 돈을 벌 수 있는 길을 막게 될 것"이라면서 "대부분의 미국 주요 기업과 금융 기관 등은 중국과 관계를 중요시하기 때문에 제재 인사들을 채용하는데 꺼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제재는 제2의 폼페이오 장관이 되려는 미국 당국자들에게 보내는 경고의 의미도 있다"고 언급했다.
이와 함께 뤼 연구원은 "바이든이 취임 100일간 무엇을 할지 알 수 없지만 그가 트럼프 시대에 꼬인 문제에 진전을 이뤄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중국 전문가들은 바이든 정부가 100일 안에 보복 관세나 화웨이 최고재무책임자 멍완저우(孟晩舟) 억류 등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는 주문을 하기도 했다.

president21@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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