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취임 D-3] 트럼프 지우고 새 질서 주도…재건과 통합 기치
정책·노선상 트럼프와 대척점…동맹 복원·미국 주도권 회복 방점
코로나 극복·경기활성화 최우선과제…증세·복지확대·이민규제 완화 예상
트럼프 불확실성 줄이고 예측가능성·일관성 제고…탄핵정국 넘어 화합 과제
(워싱턴=연합뉴스) 류지복 특파원 = 조 바이든 미국 차기 대통령의 20일(현지시간) 취임이 사흘 앞으로 다가왔다.
11·3 대선 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불복으로 험난하고 어수선했던 정권 인수 과정을 거쳐 탄생하는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 시대와 철저하게 차별화하며 바이든식 세계 질서 재구축에 적극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든은 정책적으로 하나부터 열까지 트럼프의 대척점에 서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트럼프 4년이 미국의 분열과 갈등을 심화하고 국제적 위상을 심하게 훼손했다는 것이 바이든 당선인의 인식이다.
바이든은 '복원', '재건', '통합' 등의 단어를 자주 사용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흐트러뜨린 질서를 바로잡고 대내외적으로 강력한 리더십으로 새로운 가치와 노선을 선보이겠다는 의지를 담은 말들이다.
대외정책에서 바이든의 기조는 '미국이 돌아왔다'라는 문장으로 요약된다. 바이든 당선인이 대선 승리 후 외국 정상과 통화 때 가장 먼저 전한 메시지이기도 하다.
그는 대외정책이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우선주의 폐기에서 출발한다는 인식 아래 '외교의 재활성화', '동맹의 재창조'를 기본 노선으로 삼고 있다.
이미 한국, 일본 등 아시아를 포함해 유럽 등 전통적 동맹과 관계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임을 예고한 상태다. 동맹은 미국 안보의 초석이자 전략적 이득의 제공자라는 게 바이든의 인식이다.
바이든 당선인은 트럼프 대통령의 고립주의에서 벗어나 다자주의를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런 맥락에서 국제사회 현안에서 미국의 주도적 역할을 강조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탈퇴한 파리 기후변화협약, 이란 핵 합의 복귀와 세계보건기구 재가입을 공언했다.
미국 내부적으로도 바이든의 구상은 트럼프 대통령과 대대적 단절을 예고했다.
경제 분야만 해도 트럼프 대통령의 감세정책이 부자와 대기업에 유리한 결과를 낳았다고 보고 중산층 복원과 저소득층 지원을 위한 증세를 추진할 계획이다.
복지 정책에선 보편적 의료서비스를 목표로 한 일명 '오바마 케어'의 확대를 공언했고, 형사·사법 분야의 경우 사형제 폐지, 총기규제 강화를 내세웠다. 모두 트럼프와는 반대 정책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숱한 논란과 반발 속에 추진한 강력한 반 이민정책을 대대적으로 뜯어고쳐 이민 규제와 국경 통제를 완화할 계획이다.
바이든 시대가 트럼프와 차별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또 다른 지점은 예측 가능성의 제고다.
트럼프 대통령의 좌충우돌, 즉흥적 정책 결정이 초강대국 미국에 대한 신뢰를 저하하고 국제사회의 불안을 키우는 요인이 됐다면, 노련한 직업정치인인 바이든 당선인은 안정감 있는 정책, 일관성을 갖춘 노선을 중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바이든 당선인에게 놓인 과제는 만만치 않다.
미국이 확진자와 사망자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이 심각한 상황이라 당장은 코로나19 억제와 경기 활성화라는 국내 문제를 최우선 순위에 둘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6일 시위대의 의회 난동 사태를 부추긴 혐의로 두 번째 탄핵 심판대에 올라 있어 자칫 취임 초 핵심 정책 추진에 집중해야 할 '골든 타임'이 출발점부터 탄핵 정국에 휩쓸릴 우려가 있다.
여기에 더해 트럼프 4년간 심화한 미국 내 갈등과 분열, 정치적 편 가르기를 치유하고 화합을 끌어내는 일 역시 쉽지 않은 과제다. 바이든 당선인이 틈만 나면 통합을 호소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다만 대선과 함께 치러진 의회 선거에서 민주당이 상원과 하원 모두 다수석을 차지한 부분은 취임 초기 핵심 의제의 힘있는 추진을 뒷받침할 버팀목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바이든 당선인이 전염병 통제, 경기회복, 기후변화 정책 등 광범위한 의제를 갖고 백악관에 입성하고 있다"며 "의회 내 아슬아슬한 다수 속에 깊이 분열된 미국을 떠안고 정책과 정치를 재편하는 과제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jbryo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