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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뱀은 처음"…올가미 만들어 수직으로 기어올라
괌 산새 초토화한 호주갈색나무뱀, 90㎝ 연통형 장애물도 무용지물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괌에 서식하는 '호주갈색나무뱀'(brown tree snake)이 몸을 올가미 형태로 만들어 수직 기둥을 죄고 기어오르는 것이 관측돼 학계에 보고됐다.
미국 콜로라도주립대학(CSU)의 생물학 명예교수 줄리 새비지 박사 등이 참여한 연구팀은 호주갈색나무뱀에게서 확인한 '올가미 이동'을 뱀의 제5 이동방식으로 생물학 저널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에 발표했다.
생물학 저널 출판사 '셀 프레스'와 CSU 등에 따르면 연구팀은 괌의 토종 산새인 미크로네시아 찌르레기 둥지 보호 방안을 찾다가 우연히 호주갈색나무뱀의 올가미 이동을 목격했다.

호주갈색나무뱀은 1940년대 말에서 1950년대 초 사이에 괌에 유입된 야행성 침입종으로, 숲에 서식하는 새들을 닥치는 대로 잡아먹었다. 토종 산새 중에서는 미크로네시아 찌르레기 등 두 종만 남은 상태며 그나마도 개체 수가 크게 준 상태다.
호주갈색나무뱀은 전봇대까지 기어올라 빈번하게 발생하는 정전사고의 원인으로도 지목돼 왔다.
연구팀은 미크로네시아 찌르레기 새 둥지를 보호하기 위해 다른 뱀이나 너구리 등에게 효과가 있었던 길이 90㎝의 연통형 장애물을 설치했지만, 호주갈색나무뱀에게는 소용이 없었다.
연구팀은 비디오로 촬영된 영상을 통해 호주갈색나무뱀이 몸으로 올가미 형태를 만든 뒤 수직 장애물을 기어오르는 것을 처음 목격했다.
뱀이 매끄러운 수직 나뭇가지나 파이프를 기어오를 때 몸의 측면을 적어도 두 곳 이상 구부려 '굽이'(bend)를 만들고 이를 이용해 나뭇가지나 파이프를 잡고 오르는 방식을 사용하는데, 호주갈색나무뱀은 이런 방식 대신 올가미 형태로 고리를 만들어 한 곳만 잡는 방식을 이용한다.




연구팀은 고해상도 영상을 자세히 분석한 결과, 올가미 형태의 고리에 작은 굽이들이 느린 속도로 위치를 바꾸면서 위로 기어오르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호주갈색나무뱀이 올가미 이동 과정에서 매우 느리게 상승하고 가끔 미끄러져 내리며 지친 기색을 보이는 등 올가미 이동이 쉽지 않아 보였다고 밝혔다.
논문 공동 저자인 신시내티 대학의 브루스 제인 교수는 "호주갈색나무뱀이 올가미 이동 방법을 이용해 수직으로 기어오를 수는 있지만, 더 오랜 시간 휴식을 취하는 등 뱀을 한계까지 밀어붙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40년간 뱀의 이동방식을 연구했지만 완전히 새로운 이동방식을 발견했다"면서 앞으로 다른 이동 방식이 발견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새비지 교수는 호주갈색나무뱀의 올가미 이동이 확인됨에 따라 찌르레기와 다른 멸종위기종의 새를 보호할 수 있는 새로운 장애물을 만들어 설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eomns@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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