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경쟁에 코로나까지 '첩첩산중'…"20년 뒤 최고령 국가"
(서울=연합뉴스) 성서호 기자 = 무한 경쟁 분위기로 혼인과 출산이 점점 줄어드는 상황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한국이 더 빨리 늙어가고 있다.
가파른 고령화 속도로 인해 20년 뒤쯤이면 고령인구 비율 세계 1위인 일본마저 제칠 것으로 예상된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은행은 최근 내놓은 '포스트(後) 코로나 시대 인구구조 변화 여건 점검' 보고서에서 "현재 우리나라의 고령인구 비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국 중 29위 수준인데 세계 1위인 일본을 앞서게 되는 시점이 당초 예상됐던 2045년(2019년 통계청 장래인구추계상 중위 시나리오 기준)보다 앞당겨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판단했다.
통계청은 2019년 실시한 장래인구추계에서 고령인구 비율을 중위 시나리오와 저위(비관적) 시나리오로 나눠 추계했다. 저위 시나리오에서 한국의 고령인구 비율은 2043년 36.40%까지 오르며 일본(36.35%)을 웃돌 것으로 추계됐다. 우리나라의 2020년 고령인구 비율은 15.7%로 추계됐다.
보고서 집필진은 "최근 우리나라의 출산율 하락 속도가 예상보다 훨씬 빠른데다 코로나19의 혼인·출산 충격도 청년층 인구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가 일본보다 상대적으로 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1960년 고령인구 비율 2.9%로 OECD 회원국 중 가장 '젊은 나라'에 속하던 한국이 한 세기도 지나지 않아 가장 늙어버리는 것이다.
통계청의 장래인구추계상 총인구 감소 시기도 기존의 기본 시나리오가 예측한 2029년보다 앞당겨질 것으로 보인다. 장래인구추계에서 총인구는 국내 거주 한국인과 90일 이상 국내 체류 외국인을 포괄해 매년 7월 1일 시점에서 본 연앙(年央, mid-year)인구다.
특히 비관 시나리오에서는 2022년부터 총인구가 감소할 것으로 봤는데, 주민등록인구만 따지는 행정안전부 통계에서는 2020년 12월 31일 기준 주민등록 인구가 한해 전보다 2만838명(0.04%) 줄어 연간 기준으로 처음으로 주민등록 인구가 줄었다.
한은 보고서 집필진은 코로나19 충격이 기조적으로 진행돼온 젊은 층의 낮은 혼인율, 저출산 행태를 심화시켜 상당 기간 인구 변화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봤다.
집필진은 "출산·혼인율을 결정하는 경제·사회·문화적 요인 가운데 코로나19는 주로 고용·소득 여건과 결혼·자녀관, 혼인·출산 연령 측면에서 출산율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는 사회 전반의 경제·심리적 불안을 키우면서 가뜩이나 연애·결혼·출산 등 세 가지를 포기하는 2030 '삼포' 세대가 혼인과 출산 결정을 미루거나 아예 취소하는 방향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미 지난해 3∼9월 혼인 건수는 작년 같은 기간(13만4천건)보다 10% 넘게 감소해 11만8천건에 그쳤다.
또 국민건강보험에 따르면 임산부가 진료비 지원 등을 위해 발급받는 국민행복카드 발급 건수는 지난해 4∼8월 13만7천건으로, 1년 전보다 6.7% 줄었다.
특히 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지고 전문가들 사이에서 풍토병으로 자리 잡게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혼인, 출산의 일시적인 연기가 포기로 이어질 수도 있다.
집필진은 "코로나19가 출산에 미칠 영향은 올해 임신 유예와 혼인 감소를 고려했을 때 2022년까지 적어도 2년은 이어질 것"이라며 "코로나19에 따른 저출산 심화는 시차를 두고 생산가능인구의 본격적 감소로 이어지고, 이들이 출산 적령기에 이르게 될 2045년 이후에는 2차 저출산을 초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soh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