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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팬암기 폭파사건 새 피의자 32년만에 추가 기소"
270명 숨진 1988년 테러 때 폭탄제조 도운 혐의
리비아 정보요원…미국 압송 가능성도 관측
영국 재심 맞물려 주목…일부 '조작은폐 시도' 주장도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미국 팬아메리칸월드항공 여객기(팬암기) 폭파사건의 새로운 피의자 한 명이 사건 발생 32년 만에 법정에 서게 될 수 있다고 외신들이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가디언,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미국 법무부는 1988년 12월 발생한 팬암기 103편 폭파사건에 관여한 리비아 정보기관 요원인 아글리아 모하마드 마수드를 기소하기로 했다.
마수드는 팬암기 폭파에 사용된 폭탄을 만드는 데 도움을 준 혐의를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WSJ은 마수드가 리비아에 구속돼 있으며 재판을 위해 미국으로 압송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WP는 마수드가 다른 범죄로 리비아 교도소에 수감됐으나 미국이 마수드의 신병을 확보할 가능성이 어느 정도인지 명확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팬암기 103편은 1988년 12월 21일 영국 런던을 이륙해 미국 뉴욕으로 가다가 스코틀랜드 로커비 상공에서 폭발해 추락했다.
승객 243명, 승무원 16명이 모두 숨졌고 지상에서도 11명이 사망했다. 승객 대다수는 성탄 휴가를 보내러 귀국하던 대학생을 비롯한 미국인이었다.
미국 정부는 팬암기 폭파사건을 미국을 겨냥한 테러로 규정하고 30년이 넘도록 피의자들을 추적해왔다.
이번 추가기소를 추진하는 윌리엄 바 미국 법무부 장관은 당시 조지 H.W. 부시 행정부 시절 팬암기 사건의 수사를 지휘하던 법무장관 직무대행이었다.
미국 연방 검찰은 압델 바세트 알리 알 메그라히, 라멘 칼리파 피마 등 리비아인 공작원 2명을 팬암기를 폭파한 혐의로 1991년 기소했다.
당시 바 장관은 "책임이 있는 모든 이들을 법정에 끌고 오기 전까지 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바 장관은 성탄절 전에 사직한다. 대선조작 의혹과 관련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편을 들지 않았다가 불화를 겪고 사실상 경질됐다.

메그라히, 피마 등 팬암기 폭파사건 피고인들은 중립국인 네덜란드에서 스코틀랜드 법관으로부터 재판을 받았다.
테러의 책임을 묻는 미국과 유엔의 제재 압박이 가중되자 리비아가 이들 피의자의 신병을 1999년 네덜란드로 넘긴 데 따른 것이었다.
메그라히는 2001년 종신형을 선고받고 수감됐다. 피마에게는 무죄가 선고됐다. 메그라히는 말기 암에 걸려 2009년 석방돼 리비아로 돌아갔다가 2012년 사망했다.
미국 법무부의 이번 추가기소가 영국 스코틀랜드 법원이 진행하는 재심과 관련해서도 주목을 받는다.
메그라히는 줄곧 결백을 주장했다. 그의 유족은 사건을 다시 심판해달라고 2017년 스코틀랜드 범죄재심위원회에 요청했다.
재심위는 오심이 있었다며 올해 3월 법원에 재심을 권고했고 스코틀랜드 고등법원은 지난달 26일 심리를 마치고 곧 판결을 내놓을 예정이다.
메그라히의 유족은 '생사람'을 잡은 미국 법무부가 추가기소로 재심에 입김을 넣으려고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이 이번에 표적으로 삼은 마수드는 메그라히의 공소장에 이름이 나오지만 피의자가 아니었고 기소되지도 않았다.
유족의 변호인인 아메르 안와르는 가디언 인터뷰에서 "그들이 도대체 32년 동안 뭘 했는지 모르겠다"며 "재심, 사건 32주년을 코앞에 두고 마수드를 기소하는 데에서 극도로 절박한 심정이 엿보인다"고 주장했다.

jangj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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