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 20년 터전 캘리포니아 떠나 소득세 없는 텍사스로 이사(종합)
"캘리포니아는 현실 안주, 실리콘밸리의 영향력 줄 것"
세계 2위 부자 머스크, 절세 위해 텍사스행 관측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정윤섭 특파원 = 미국 전기자동차 업체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가 20여 년간 일과 생활의 터전이자 실리콘밸리의 고향인 캘리포니아주를 떠나 소득세가 없는 텍사스주로 이사한 사실을 공식 확인했다.
머스크는 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이곳 (캘리포니아에서) 나의 시간을 대단히 잘 쓴 것은 아니다"라면서 최근 텍사스로 이주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머스크가 텍사스 운전면허증을 취득하고, 과학 교육과 연구에 기부금을 내는 '머스크 재단' 주소지까지 텍사스로 옮기면서 머스크가 이사할 것이라는 외신 보도가 이어졌지만, 본인 입으로 텍사스 주민이 됐다고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머스크는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에서 20년 넘게 살았고,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의 팔로알토에 테슬라 본사를, LA 카운티 호손에 우주 탐사기업 스페이스X 본사를 두고 있다.
하지만, 머스크는 캘리포니아주를 비롯해 실리콘밸리의 기업 문화와 주 정부의 기업 규제 정책을 비판하며 텍사스로 이사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거대 테크 기업이 즐비한 캘리포니아를 오랫동안 연승을 거둔 스포츠팀에 비유했다.
그는 "캘리포니아는 현실에 안주하는 경향이 있고, 챔피언 결정전에서 우승하지 않으려는 것 같다"며 "캘리포니아는 오랜 시간 동안 이겨왔고, 이를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어 캘리포니아 경제의 중심인 실리콘밸리에 대해서도 "세상에 너무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지만, 우리는 (앞으로) 실리콘밸리 영향력이 줄어드는 것을 보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캘리포니아 정부가 광범위한 규제와 관료주의로 스타트업의 탄생을 억누르고 있다며 "(거대한) 삼나무 숲에서는 작은 나무가 자랄 수 없다. 정부가 방해나 안 됐으면 한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WSJ은 "텍사스로 이사한 머스크가 실리콘밸리에 잽을 날렸다"고 보도했다.
머스크는 올해 들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전기차 공장 가동중단 조치로 캘리포니아 주 정부와 갈등을 겪은 바 있다.
그는 새 보금자리로 텍사스를 선택한 이유와 관련해 전기차 공장 신설과 스페이스X의 차세대 로켓인 '스타십'(starship) 개발을 꼽았다.
테슬라는 전기 픽업트럭인 '사이버트럭' 등을 생산할 5번째 전기차 공장인 '기가팩토리'를 텍사스주 오스틴 인근에 건설 중이며, 스페이스X는 텍사스주에 로켓 생산 및 발사 시설과 로켓 엔진 시험장을 두고 있다.
머스크가 텍사스 이주 이유를 사업상 목적으로 밝혔지만, 외신들은 최근 테슬라 주가 급등으로 세계 2위 부자에 오른 머스크가 소득세가 높은 캘리포니아를 떠나 절세를 위해 텍사스로 이주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캘리포니아의 소득세율은 13.3%로 미국에서 가장 높지만, 텍사스는 주 차원의 소득세가 없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머스크는 2018년 테슬라로부터 500억 달러(약 54조 원) 상당의 스톡옵션을 받았다. 텍사스로 이주한 머스크가 이 옵션을 행사한다면 주정부에 소득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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