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한폭탄 '코로나 빚'…금융당국 "향후 단계적 상환 검토"
(서울=연합뉴스) 김남권 김연숙 김다혜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촉발한 경기 불황으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등의 대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가운데 불어난 빚더미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금은 연체율 등 대출 건전성 지표가 나쁘지 않지만, 향후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돼 정부가 대출 만기 연장 등 각종 코로나19 금융지원 정책을 거둬들이면 돈을 제때 갚지 못하는 이들이 늘면서 금융 부실이 본격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당국은 이러한 점을 고려해 향후 코로나19 금융 지원 프로그램을 일시에 중단하지 않고 최대 수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축소하는 등 연착륙을 위한 출구 전략을 검토하고 있다.
29일 금융당국 관계자는 "대출이 많이 나간 것을 정상화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이 있을 텐데, 만기가 연장된 대출은 원금을 상황에 따라 조금씩 나눠서 갚을 수 있게 해주는 등 서서히 정상화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이 터널이 언제 끝날지는 모르겠지만 출구전략도 검토는 하고 있다"며 "상황에 따라 유예 기간을 얼마나 부여할 것인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현시점에 한정해서 보면 은행 등 금융기관의 대출 건전성은 매우 양호한 수준이다. 지난 9월 말 기준 은행 대출 연체율은 2007년 이후 최저, 은행 부실채권 비중은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코로나19로 기업과 소상공인 등이 크게 타격을 받기는 했지만 정부와 금융권이 이들에게 적극적으로 신규 자금을 융통해주고 기존 대출에 대해서도 만기 연장과 이자 상환 유예 등 지원책을 내놓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금융권이 지난 2월부터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등에 지원한 신규 대출 및 대출 만기 연장은 198조3천억원 규모, 보증 지원은 52조7천억원에 달한다.
은행권은 지금 상황이 폭풍전야일 수 있다고 본다. 부실이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았을 뿐 잠재돼 있다는 시각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지금 연체율이 낮은 것은 정책 효과에 따른 착시 영향이 크다고 본다"며 "내년에 코로나 상황이 나아지지 않으면 경기 침체가 본격화하면서 한계 차주가 늘어날 수 있으므로 충격에 대비해 충당금을 많이 쌓는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들이 빌려준 돈을 떼일 가능성에 대비해 쌓아두는 대손충당금 적립률이 지난 9월 말 기준 130.6%로 1년 전보다 20.8%포인트나 높아진 것은 이러한 상황 인식을 반영한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향후 경기가 좋아진 다음 돈을 갚을 수 있다면 대출을 계속 공급해주는 게 맞지만, 일부에서는 회복 가능성이 작은데 돈을 빌려서 사업을 유지하느라 부실 규모를 키우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잠재적인 위험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코로나19 상황에서는 원리금 상환을 일단 연장해주는 게 맞다고 본다"면서도 "원리금 상환을 영원히 유예할 수는 없다는 점을 인식하고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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