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제르·아르메니아 새 휴전합의…"아제르에 일부영토 양도"
AP "최근 아제르군 상당지역 점령해 휴전 지속할 듯"
아르메니아 총리 "고통스러운 결정"…주민 수천명 항의시위
(서울=연합뉴스) 이영섭 기자 = 나고르노-카라바흐 지역을 둘러싸고 수 주째 치열하게 교전해온 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가 러시아와 함께 휴전 합의를 맺었다고 AP, AFP통신 등이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합의에 따라 오는 10일 오전 1시(그리니치표준시 기준 9일 오후 9시)부로 양국은 교전을 멈추며, 향후 5년간 러시아 평화유지군 약 2천 명이 나고르노-카라바흐 지역에 파견된다.
합의문에는 교전 중 아제르바이잔군이 점령한 아그담, 라친 등 일부 지역 지배권을 아르메니아가 아제르바이잔에 넘긴다는 내용이 담겼다.
니콜 파쉬냔 아르메니아 총리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러시아, 아제르바이잔 대통령과 카라바흐 전쟁의 중단에 관한 합의에 서명했다"고 밝히며 합의 내용을 공개했다.
일함 알리예프 아제르바이잔 대통령 역시 이날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기자회견을 열어 "3자 휴전 합의는 분쟁 해결에 중대한 요소가 될 것"이라면서 합의 내용을 확인했다.
양국의 휴전 합의는 최근 아제르바이잔군의 진격으로 아르메니아가 지배 중이던 영토 상당 부분을 잃은 가운데 나왔다. 지난 8일에는 나고르노-카라바흐에서 두 번째로 큰 마을인 슈시(아제르바이잔어로 슈샤)까지 아제르바이잔군이 점령했다.
파쉬냔 총리는 현재 전투 상황에 관한 심도 있는 분석 끝에 합의에 서명하게 됐다면서 "나와 우리 국민에게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고통스러운 것"이라며 비통해했다.
카라바흐 영토 분쟁과 관련한 양국의 교전은 지난 9월 27일부터 6주 넘게 계속돼 왔다.
나고르노-카라바흐 지역은 옛 소련 시절 아르메니아계 주민이 다수인 아제르바이잔 영토였다.
소련이 붕괴하자 나고르노-카라바흐는 독립공화국을 세운 뒤 아르메니아와 통합하겠다고 선포했으나, 아제르바이잔이 이를 거부하면서 양측이 1992∼1994년 치열한 전쟁을 치렀다.
현재 나고르노-카라바흐는 국제법적으론 아제르바이잔 영토지만 아르메니아가 실효 지배를 하는 분쟁지역으로 남아있다.
양국은 지난달 10일부터 세 차례나 휴전에 합의했으나 이후에도 산발적 교전이 계속되며 양측의 사상자도 늘어났다.
다만 이번 휴전 합의는 아제르바이잔이 진격에 상당한 성공을 이룬 상황에서 이뤄져 효력이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고 AP는 평가했다.
이날 휴전 합의가 공개되자 아르메니아 수도 예레반에선 주민 수천 명이 항의 시위에 나섰다고 외신은 전했다.
이들은 "우리 영토를 포기하지 않겠다"고 외치며 일부는 정부 건물에 침입해 의자를 부수는 등 격한 분노를 표출했다.
young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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