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회장 별세로 국회 '삼성생명법' 논의 초미의 관심사로 부상
박용진 "전자에 무슨 위기 오면 삼성생명이 우리 경제의 슈퍼전파자가 된다"
생보협회 "계열사 투자한도 규제는 한국과 일본뿐, 일본은 취득원가 기준"
(서울=연합뉴스) 하채림 기자 =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별세에 따른 계열사 지분 상속으로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변화에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중대 변수로 꼽히는 이른바 '삼성생명법'이 주목된다.
삼성생명법은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여당 박용진·이용우 의원이 지난 6월 발의한 '보험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이하 보험업법 개정안)을 가리킨다.
현행 보험업법은 보험사의 계열사 주식 보유 한도를 총자산의 3%로 규제하나 법 조문에는 총자산과 주식 보유액 평가 방식이 명시돼 있지 않다.
대신 '보험업감독규정'에서 총자산과 자기자본에 대해서는 '시가'를, 주식 또는 채권 보유금액은 '취득원가'를 기준으로 제시한다.
박용진·이용우 의원의 보험업법 개정안은 보험사의 계열사 지분 보유액 평가방식을 '시가'로 명시해 보유 한도를 총자산의 3%로 제한하는 내용이다.
이 법안이 삼성생명법으로 불리는 까닭은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을 겨냥하기 때문이다.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은 지난 2분기 말 현재 8.51%, 평가액은 시가로 26조8천억원에 이른다. 삼성생명 총자산(291조3천억원)의 9.2%에 해당한다.
그러나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주식 취득원가는 5천400억원으로 총자산의 0.2%에 못 미친다.
삼성생명법이 통과된다면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주식 8조7천억원을 제외하고는 처분해야 한다.
박용진·이용우 의원은 보험사의 총자산 중 1개 기업의 비중이 지나치게 높아 금융시장에 큰 위기를 가져올 수 있다는 주장을 펼친다.
박 의원은 지난 7월 29일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삼성생명을 제외한 다른 생명보험사들의 총자산 대비 주식 비중은 0.7%밖에 안 된다"며 "삼성전자 주식 가격 변동에 따라서 삼성생명이 가지게 되는 충격이 다른 회사에 비해서 무려 20배나 크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나중에 삼성전자에 무슨 위기가 오면 삼성생명이 우리 경제의 슈퍼전파자가 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금융업권의 자산 비율 규제가 모두 시가로 이뤄지는데 보험업의 계열사 주식 보유에 대해서만 취득원가를 적용하는 것은 위험 분석을 왜곡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당시 국회에 출석한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평가를) 시가로 해서 그때그때 위험성을 파악하는 건 저도 맞는다고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은 위원장은"(삼성생명이) 자발적으로 하는 게 좋은데 안 되면 결국은 외부 압력에 의해서 될 거다"며 "갑자기 충격받지 말고 미리미리 하는 게 좋겠다고 (중략) 계속 권고를 했다"고 덧붙였다.
금융당국이 삼성생명법의 방향성에는 공감한다는 뜻을 표명한 것이다.
20대 국회에서 같은 내용의 법안이 폐기됐지만 21대 국회는 '슈퍼 여당'의 의지에 따라 처리가 가능하다.
그러나 삼성그룹의 지배구조가 이재용 부회장이 최대주주인 삼성물산을 정점으로, 삼성생명, 삼성전자로 이어지므로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을 대거 처분하면 이 지배구조가 흔들리게 된다.
별세한 이건희 회장도 6월 말 기준으로 삼성생명 지분 20.8%를 보유했다.
이 회장 지분 상속과 삼성생명법 국회 논의 등 여러 가지 변수가 동시에 작용하면 삼성그룹 지배구조에도 변화 가능성이 점쳐진다.
앞서 생명보험협회는 삼성생명법에 대해 반대 입장을 냈다.
생보협회에 따르면 보험사에 대주주나 계열사 등에 대한 투자 한도를 별도로 규제하는 나라는 한국과 일본뿐이며 그나마 일본은 자회사와 관련회사 주식은 투자 한도 계산 때 취득원가를 기준으로 평가한다.
생명보험업계 관계자는 26일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은 초우량 자산으로 보험 가입자에게 큰 이익이 되고 있다"며 "보험업법 개정안의 취지를 이해하지만, 실제로 이 법안이 초래할 결과를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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