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엔화' 내년 실증실험…일본의 '현금 고집' 꺾일까
캐쉬리스 결제 비율 현저히 낮아…전자 결제 부정인출 사건도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일본은행이 내년부터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 통화에 관한 실증 실험을 하기로 해 결과가 주목된다.
10일 요미우리(讀賣)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일본은행은 2021회계연도(2021년 4월∼2022년 3월)의 이른 시점에 일본은행 내부 시스템을 이용해 디지털 통화의 발행과 유통 등 기본적인 기능을 확인하는 1단계 실험을 시작하는 등 3단계에 걸쳐 실증 실험을 한다고 전날 밝혔다.
시행 시기는 미정이지만 2단계는 응용 기능을 도입하고 실현 가능성을 검토하는 것이 핵심이고 3단계에서는 민간 기업이나 개인을 참가시켜 실제로 디지털 통화를 시험적으로 사용하도록 한다.
일본은행은 실증 실험과 더불어 제도 설계도 검토한다.
중앙은행과 민간 금융기관의 역할 분담, 이용자의 사생활 보호 문제, 개인 정보 취급 등이 주요 과제다.
일본은행은 현시점에서 중앙은행에 의한 디지털 화폐를 발행할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지만 장래 발행을 염두에 두고 준비에 속도를 내는 것이라고 요미우리는 전했다.
일본은 주요 국가 가운데 보기 드물게 현금 거래를 선호하는 편이라서 일본은행의 시도가 사회 변화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일본 경제산업성이 올해 1월 작성한 보고서를 보면 2016년 기준 캐시리스 결제(신용카드·전자 결제 수단 등 비현금 결제) 비율은 일본이 19.9%로 한국 96.4%, 영국 68.6%, 미국 46.0%, 인도 34.8%보다 현저히 낮았다.
당국은 포인트 지급 등 각종 혜택을 주면서 캐시리스 결제 확대를 정책적으로 유도하고 있으나 거래에 따른 수수료 부담, 재해 발생 시 안전성에 대한 우려, 고령층의 현금 선호 성향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비현금 결제 확산 속도가 늦은 편이다.
특히 최근에는 일본 최대 이동통신업체 NTT도코모가 제공하는 전자 결제 서비스 '도코모 계좌' 서비스를 악용한 부정 인출 사건이 벌어져 캐쉬리스 사회를 향한 노력에 찬물을 끼얹었다.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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