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과 마음 연결돼 있나? "면역계가 뇌 통해 행동 제어"
뇌수막 면역세포가 생성한 인터류킨-17, 불안증 촉진
다면적 생존전략 진화로 추정… '네이처 면역학'에 논문
(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인간의 뇌와 신체는 서로 어느 정도 연관돼 있을까?
과학자들에게 마음과 몸의 상호작용은 속 시원히 풀리지 않은 신비의 영역으로 남아 있다.
그런데 뇌수막에 존재하는 면역세포가 간접적으로 뇌에 작용해 불안증 같은 이상 행동에 변화를 가져온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는 면역계의 작용 효과가 마음과 몸에 모두 미친다는 걸 시사해 주목된다.
과학자들은 마음과 몸을 연결하는 핵심 요소로 사이토카인의 일종인 IL -17(인터류킨 -17)을 지목했다.
뇌수막의 면역세포가 생성한 IL -17을 뇌 신경세포(뉴런)가 흡수하면 불안증이 심해지고, 반대로 IL -17이 결핍되면 행동이 대담해진다는 게 요지다.
이 연구를 수행한 미국 워싱턴 의대의 조너선 키프니스 병리학 면역학 석좌교수 연구팀은 14일(현지시간) 저널 '네이처 면역학(Nature Immunology)'에 관련 논문(링크)을 발표했다.
사이토카인은 면역세포를 활성화하고, 감염에 대한 면역 반응을 조절하는 신호전달 물질이다.
IL -17도 이전의 연구에서 인간의 우울증이나 동물의 자폐증 유사 증상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고됐다.
하지만 IL -17 같은 사이토카인이 뇌의 기능 장애에도 관여한다는 건 지금까지 알지 못했다.
실제로 인간의 뇌에는 면역세포가 많지 않고, 드물게 관찰되는 것들도 IL -17은 생성하지 않는다.
그런데 뇌를 싸고 있는 수막(meninges)에서 돌파구가 열렸다.
생쥐 실험 결과, 뇌 조직과 달리 뇌수막은 면역세포로 가득 차 있고, 그 가운데 감마-델타 T세포 그룹은 많은 양의 IL -17을 생성했다.
하지만 감마-델타 T세포와 IL -17은 생쥐의 기억, 사회적 행동, 먹이 찾기 등과 상관이 없고, 불안 행동에만 영향을 미쳤다.
공간 테스트에서 이 유형의 T세포 또는 IL -17 수치가 정상인 생쥐는, 방어에 유리한 구석자리나 폐쇄된 영역에 주로 머물며 불안해하는 반응을 보였다.
반대로 T세포나 IL -17이 없는 생쥐는 개방된 공간에 내키는 대로 나서는 등 대담한 행동을 했다.
연구팀은 뇌의 신경세포 표면에서 IL -17과 반응하는 수용체도 찾아냈다. 이 수용체를 제거하면 뉴런이 IL -17과 결합하지 못해 생쥐의 경계 행동이 줄었다.
리포 다당류(박테리아의 면역 반응 유도 물질)를 주입했더니 뇌수막의 감마-델타 T세포가 더 많은 IL -17을 생성했다. 이는 생쥐의 불안 행동이 늘어난다는 뜻이다.
면역계가 뇌를 통해 행동을 제어하는 이런 기제는, 진화 과정에서 발달한 다면적 생존전략의 하나일 거로 과학자들은 추정한다.
세균에 감염된 생쥐가 더 조심하고 경계하면 추가 감염이나 포식자의 공격을 피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논문의 제1 저자인 알베스 데 리마 박사후연구원은 "면역계와 뇌는 공진화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라면서 "원래는 병원체 퇴치에 작용하게 진화한 사이토카인이 어떻게 뇌와 행동을 제어하는지 보여줬다"라고 말했다.
키프니스 교수와 동료 과학자들은 뇌수막의 감마-델타 T세포가 신체 다른 부위의 박테리아 신호를 어떻게 감지하는지, 그리고 뇌 신경세포의 IL -17 신호가 어떻게 실제 행동의 변화로 이어지는지 등을 연구하고 있다.
che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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