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햇살론, 카드 현금서비스 줄이는 효과 오래 못 가"
"정책서민금융상품 공급 줄여야…햇살론 보증비율 85%로 인하해야"
(세종=연합뉴스) 김연정 기자 = 햇살론, 새희망홀씨 등 저금리 정책서민금융상품의 단순 공급만으로는 정책서민금융 이용자들의 장기적인 채무구조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책서민금융 공급이 이용자들의 현금서비스와 같은 고금리 대출액을 감소시키는 효과가 장기적으로 유지되지 않았으며, 대출자가 이후 다시 고금리 대출을 늘리는 행태를 방지하지 못한 것으로 분석됐기 때문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5일 이런 내용을 담아 오윤해 연구위원이 작성한 '정책서민금융상품에 대한 평가와 개선방향' 보고서를 공개했다.
오 연구위원이 정책서민금융 이용자들의 카드 현금서비스와 저축은행 신용대출 잔액이 감소했는지를 정책자금 미이용자 대조군과 비교해 살펴본 결과, 햇살론과 새희망홀씨 이용자들이 현금서비스와 같은 고금리 대출을 줄이는 긍정적 효과는 단기적으로만 유지됐으며 이후에는 미이용자들보다 고금리 대출을 더 많이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분석 결과 햇살론과 새희망홀씨 이용자 모두 대출 직후 현금서비스 잔액을 크게 줄였고, 6개월 후에도 폭은 작지만 감소효과는 유지됐다. 그러나 현금서비스 잔액의 감소 효과는 정책서민금융 대출 1년 후에는 사라졌다. 또한, 새희망홀씨 이용자들은 대출 2년 후에는 현금서비스를 미이용자보다 오히려 더 많이 사용했다.
제도권 금융사 중 가장 높은 금리를 설정하는 저축은행 신용대출 잔액을 분석한 결과를 보더라도, 새희망홀씨 이용자들은 미이용자에 비해 대출 직후 저축은행 신용대출 잔액을 유의하게 줄였으나 저축은행 고금리대출 잔액이 감소하는 효과 역시 단기적으로만 나타났다.
햇살론 대출자들은 6개월 이후부터 저축은행 신용대출 잔액을 증가시키기 시작해 대출 2년 후에는 미이용자보다 더 많은 저축은행 신용대출을 보유하고 있었다. 새희망홀씨 이용자들도 대출 2년 이후 저축은행 신용대출 잔액을 오히려 크게 증가시켰다.
나아가 저금리 정책서민금융상품이 이용자들의 채무구조를 개선해 궁극적으로 이들의 채무조정 신청·이용 확률을 감소시키기보다 채무조정 시기를 지연시킨 것으로 파악됐다.
분석 결과 햇살론과 새희망홀씨 이용자 모두 미이용자 대조군에 비해 대출시점부터 1년 후까지는 채무조정 신청 확률이 유의하게 감소했으나, 햇살론 이용자의 채무조정 신청 확률은 대출 2년 후에는 미이용자보다 오히려 더 크게 증가했다.
이에 따라 보고서는 정책서민금융 상품 공급 확대에 치중하기보다 서민 신용관리교육으로 이용자의 신용 개선을 지원하고 신용 상담을 통해 과다 채무자를 채무조정제도로 안내하는 등 정책서민금융상품 운영방식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 연구위원은 "지난 10년간 국내 서민금융 시장의 제도와 환경 변화를 감안할 때 정책서민금융상품의 공급 규모와 역할을 줄이고 민간서민금융시장 육성 방안을 고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대출기관의 사전심사와 사후관리 기능을 높이기 위해 현재 90~100%로 설정된 '햇살론'의 보증비율을 코로나19 경제충격 진정 이후 5~10%포인트 낮춰 출시 당시 85% 수준으로 적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햇살론은 복권기금 재정지원과 상호금융·저축은행 업권의 출연금을 기반으로 운영되는 보증상품으로, 새희망홀씨 손실을 은행이 100% 부담하는 것과 달리 대출기관이 손실의 일부만을 부담한다.
오 연구위원은 "햇살론의 보증비율 수준과 이용자의 채무불이행(대위변제) 간 관계를 분석한 결과 85%의 낮은 보증비율이 적용된 햇살론 대출자들의 대위변제 발생과 채무조정제도 신청 확률이 95%의 보증비율이 적용된 채무자보다 각각 31%포인트, 17%포인트 더 낮았다"며 "보증비율이 너무 높으면 대출기관의 심사·관리 기능이 약화될 우려가 있어서 보증비율을 적절히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대출횟수는 여러번 나눠 대출받는 것이 대위변제 발생 방지에 효과적이었다"며 "정책자금을 한 번에 큰 금액이 아니라 대출한도 내에서 500만원 등과 같이 소액으로 나눠 여러 차례 걸쳐 이용하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yjkim84@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