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동부연안 조개, 온난화 바다서 수온 높은 곳 '거꾸로' 이동
수온상승으로 일찍 깨어난 조개 유생 해류 타고 옮겨가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지구온난화로 서식지의 기온이 오르면 생존을 위해 더 낮은 기온을 찾아 옮겨가는 것이 동식물의 일반적인 흐름이다. 적도 부근에 살던 해양 생물들이 수온이 오르면서 고위도 해역이나 더 깊은 곳으로 이동하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그러나 대서양 북서부 해저에 서식하는 진주담치와 동죽, 백합, 바다가리비 등 조개들은 이와는 정반대로 수온이 더 높은 해역으로 옮겨가 생존을 위협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럿거스대학에 따르면 이 대학 해양연안학과 하이디 푸크스 부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조개의 이런 "잘못된" 이동 원인을 분석한 연구 결과를 과학 저널 '네이처 기후변화'(Nature Climate Change)를 통해 발표했다.
연구팀은 수온 상승이 조개의 산란 시기를 앞당기고 조개 유생(幼生)이 이전에는 없던 해류를 타고 수온이 더 높은 해역으로 흘러드는 것으로 분석했다. 물속에서 자유롭게 움직이는 어류라면 적당한 수온을 찾아갈 수 있지만, 해류를 타고 흘러 다니는 부유성 유생이어서 맞게 된 운명이라는 것이다.
연구팀은 미국 동부 코드 곶과 델마바 반도 사이 대륙붕 끝과 조지스 뱅크 해저에서 서식하는 50종의 무척추 생물에 관한 60년 치 자료를 분석해 약 80%가 사라진 것을 확인했다.
이를 통해 조개뿐만 아니라 달팽이, 불가사리, 바다 벌레 등도 "잘못된" 이동을 하고 있으며, 유생이 헤엄을 못 쳐 해류에 의존해 이동하고 성체는 거의 움직이지 않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연구팀은 지구온난화로 수온이 높아지면서 이 생물들이 봄이나 여름에 일찍 산란하고 그 결과, 알에서 깨어난 유생들이 정상적인 산란 때는 겪지 않았을 바람과 해류를 타고 수온이 더 높은 남서쪽 내륙으로 흘러들게 된 것으로 분석했다. 이곳은 원래 서식지보다 생존 가능성이 더 적은 곳이며, 이곳에서 성체가 된 생물은 수온이 높아 더 일찍 알을 낳고 서식지가 더 줄어드는 악순환에 갇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를 기온 상승이 조류나 나비를 기존 서식지에서 사라지게 하는 "멸종 엘리베이터"(elevator-to-extinction)에 비교하면서, 해저 무척추동물에 대한 영향은 일찍 깨어난 유생이 해류의 방해로 더 번창할 수 있는 곳으로 가지 못한다는 점에서 더 위험한 것일 수 있다고 했다.
연구팀은 이런 효과가 미국 북동부 해역의 바람과 해류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지적하면서 태평양 연안이나 다른 바다에서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는지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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