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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아베] 선장 잃은 아베노믹스 · 도쿄올림픽 순항할까
국채발행 잔액 26.8%↑…'재정 건전성 훼손' 비판론
올림픽 개최는 아베 사임보다 코로나19가 더 큰 변수

(도쿄=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 임기를 1년여 남겨 놓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사의 표명으로 새로 출범할 일본 내각은 수많은 미완의 과제를 떠안게 됐다.
2012년 12월 2차 집권을 시작한 아베 총리는 역대 최장인 7년 8개월간 연속 재임하면서 일본의 경제·사회 구조를 바꾸는 정책을 다양한 분야에서 펼쳤다.
이들 정책이 후임 내각으로 계승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또 아베 총리의 사임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세계적 확산 여파로 1년 연기된 2020도쿄올림픽·패럴림픽 개최에 어떤 영향을 줄지 관심을 끌고 있다.



◇ '아베 없는 아베노믹스' 어떻게 될까…일각에선 "정책 방향 바꿔야"

'아베노믹스'는 1990년대 이후 거품이 꺼지면서 장기 침체 국면으로 들어선 일본 경제를 살리기 위해 아베 정권이 추진해온 핵심 경제정책이다.
'잃어버린 20년'이란 신조어를 낳을 정도로 장기간 지속한 디플레이션 상황에서 벗어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대담한 금융완화, 기동적 재정정책, 성장전략 등 이른바 '3개의 화살'로 이뤄진 아베노믹스의 지향점은 중앙은행을 앞세워 유동성 공급을 대대적으로 늘리면서 재정지출과 성장전략을 통해 경기를 부양하는 것이다.
아베 총리는 28일 사임 표명 기자회견에서 아베노믹스가 20년간 이어져 온 일본의 디플레이션에 대응해 400만명이 넘는 고용을 창출하는 등 많은 성과를 냈다고 자평했다.
실제로 아베노믹스가 '엔화 약세·주가 강세' 현상을 가져오는 등 가라앉은 일본 경제를 띄우는 데 효력을 발휘한 것은 부인할 수 없다는 게 중론이다.
2차 아베 정권이 출범하기 직전의 2012년 12월 시점과 현시점의 주요 경제 지표에서 그 성과를 확인할 수 있다.



일본 증시 대표지수인 닛케이225 평균주가는 10,080.12(2012년 12월 25일)에서 아베 총리가 사임을 발표한 28일 22, 882.65로 마감해 2배 이상으로 뛰었다.
달러당 엔화 환율은 같은 기간에 84.80엔에서 106.08엔으로 일본의 수출 기업과 관광산업 등에 한층 유리한 구조로 바뀌었다.
유효구인배율은 0.83배(2012년 12월)에서 1.11배(2020년 6월)로, 완전실업률은 4.3%에서 2.8%로 각각 개선됐다.
유효구인배율은 일자리를 찾는 사람 1명을 놓고 기업에서 몇 건의 채용 수요가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로, 배율이 높을수록 기업의 인력 수요가 많다는 의미다.
2012년 4분기에 약 498조엔(연율 환산)이던 실질국내총생산(GDP)은 코로나19 사태 전인 작년 3분기 기준으로 약 539조엔(연율 환산)까지 불어났다.
올해 2분기 기준으로는 코로나19 충격으로 2012년 수준을 밑도는 485조엔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아베노믹스는 일각의 긍정적인 평가와 달리 장래 일본 경제에 두고두고 짐이 될 것이라는 지적도 받고 있다.



대표적인 부작용으로는 재정 건전성 악화가 꼽힌다.
아베노믹스 영향으로 팽창을 거듭해온 세출 예산은 2020회계연도의 경우 코로나19에 따른 경제대책 비용이 포함되면서 160조엔을 넘어섰다.
세입으로 충당할 수 없는 부족분은 국채 발행으로 조달한다.
국채발행 잔액은 2012년 말 932조엔에서 올해 말에는 1천182조엔으로 26.8% 많아지면서 GDP 비율로 따진 나랏빚(지방정부 포함)이 180%에서 207% 수준으로 높아질 전망이다.
이 때문에 아베 정권은 5년이나 미뤄 놓은 기초적 재정수지의 2025년도 흑자화 달성도 사실상 불가능해져 다음 세대에 많은 부채를 떠넘긴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아베 정권의 국채 발행이 늘어 주요 매입처인 일본은행의 국채 보유 잔액은 구로다 하루히코(黑田東彦) 총재가 취임한 시기인 2013년 3월 말의 128조엔에서 올해 3월말에는 499조엔으로 폭증했다.
일본 언론은 전체 국채 발행 잔액 중 일본은행 보유 비율이 같은 기간에 13%에서 44%로 상승해 일본은행이 재정을 지원하는 구도가 강해졌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출범하는 새 일본 내각이 아베노믹스의 정책 방향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새 내각 출범이 기존 집권 자민당의 총재만 바뀌는 것일 뿐, 여야 정권 교체가 아니기 때문에 아베노믹스가 계속 생명력을 이어갈 가능성은 크다.
코로나19 여파로 올 2분기 GDP가 연율로 따져 27.8% 급감할 정도로 큰 충격을 받고 있는 현 경제의 난국을 극복하는 것이 우선 과제인 것도 그런 예측을 뒷받침한다.
그러나 일본은행 심의위원을 지낸 기우치 다카히데(木內登英) 노무라종합연구소 대표 이코노미스트는 도쿄신문 인터뷰에서 "금융완화가 결과적으로 거액의 재정지출을 야기해 국가빚이 불어났다"고 아베노믹스를 평가하면서 새 내각은 경제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아사히신문 인터뷰에선 "금융완화를 추진해온 아베 총리의 퇴진으로 일본은행에 대한 정치적 압력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면서 폐해가 많은 금융정책의 정상화에 긍정적인 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당장은 코로나19 대응이 경제정책이나 금융정책의 중심에 있을 수밖에 없어 새 총리 체제의 내각이 출범해도 기존 정책의 방향성은 크게 변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가네코 마사루(金子勝) 게이오대 명예교수는 28일 자신의 트위터에 아베노믹스 실패 등을 아베 총리가 남긴 '부(負)의 유산'으로 거론한 뒤 새 총리가 이를 하나씩 극복해 나가야 한다면서 아베 정권이 시키는 대로 "500조엔을 찍어내 뿌린" 구로다 총재와 정권의 눈치만 보고 움직인 관료 집단을 일소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 강력한 추진자 사라진 도쿄올림픽 개최에도 '경계등'

 아베 총리는 사임 표명 기자회견에서 내년 7월로 1년 연기된 2020도쿄올림픽·패럴림픽 개최 문제에 대해 "개최국의 책임을 다해야 한다"면서 자신의 후임자도 당연히 그렇게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이 총리직에서 물러나더라도 내년 올림픽을 개최하겠다는 일본 정부 방침에 변함이 없음을 강조한 것이다.
그러나 마이니치신문은 강력한 추진자가 사라진 상황이 되어 '황신호'(경계등)가 켜졌다는 위기감이 대회조직위원회 내에서 감지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아베 총리는 자신이 직접 유치 과정에 참여했던 2020도쿄올림픽을 최대 정치적 '유산'(Legacy)으로 삼을 계획이었다.
지난 3월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과 코로나19 대응책을 논의하는 전화 회담을 열어 올림픽 사상 첫 대회 연기에 합의하면서 그 기간을 1년으로 잡은 것도 아베 총리였다.
코로나19 사태가 얼마나 장기화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2년이 아닌 1년 연기를 주장한 것은 내년 9월로 예정돼 있던 자신의 재임 중에 올림픽을 치르고자 하는 욕심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아베 총리가 물러난 후에 올림픽 개최를 위한 일본 정부의 추진력이 어느 정도 약해질 것은 불가피해 보인다.



하지만 연기된 대회의 정상 개최 여부를 가를 가장 중요한 변수는 코로나19다.
IOC 조정위원회는 오는 10월 도쿄올림픽조직위 측과 코로나19 상황 등을 놓고 내년으로 연기한 대회의 개최 문제를 협의할 예정이다.
일본 정부는 코로나19 사태가 내년에도 지속한다고 가정하고 대회를 치르는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엔도 도시아키(遠藤利明) 대회조직위 부위원장은 교도통신 인터뷰에서 코로나19 때문에 내년 여름 개최가 불확실한 가운데 이뤄진 아베 총리의 사임이 개최 여부를 판단하는 데 미치는 영향은 없을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parksj@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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