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시선] 트럼프 대선후보 확정 축제 뒤덮은 팩트체크
(워싱턴=연합뉴스) 백나리 특파원 = 거의 2주간 이어진 미국 공화당과 민주당의 전당대회가 끝났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대규모 청중의 함성도 환호도 없는 전례 없는 전당대회였습니다. TV 앞에 앉은 시청자를 밤 11시까지 잠들지 않게 하는 게 양 당의 최대 과제였을 겁니다.
민주당이 17∼20일 전당대회로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을 대선후보로 확정하고 나서 공화당이 24일부터 바통을 넘겨받자 또 하나 특이한 점이 눈에 띄었습니다.
미 주요 언론의 보도 방식입니다. 찬조연설이 셀 수 없이 이어지는 와중에 연설 내용을 전달하는 보도에 앞서 대부분 팩트체크부터 내놓은 겁니다.
미 언론도 점점 '빠른 보도'에 신경을 쓰고 있고 전당대회 같은 대형 이벤트에 있어서는 실시간으로 주요 내용을 보도합니다. 그런데 공화당 전당대회에서는 신속하게 내용을 전달하기보다 팩트체크부터 독자들에게 내미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아예 첫 보도부터 '트럼프 대통령이 이렇게 연설했다'가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이 이렇게 연설했는데 사실은 이렇다'는 방식을 쓴 겁니다.
워싱턴포스트(WP)의 경우 공화당 전당대회 대미를 장식한 27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후보 수락연설 70분간 10개가 넘는 팩트체크를 내놨습니다.
그중 하나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의 방위비 지출 증액을 치적으로 내세우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대상이었습니다.
'팩트체크'라는 제목을 달아 "트럼프 대통령이 '내가 강력하게 요구해서 나토가 1년에 1천300억 달러를 더 내기로 했다. 20년 만에 처음'이라고 연설했지만 1천300억 달러는 4년 치인 데 1년 치라고 허위로 주장했다"고 평가까지 덧붙여 보도한 겁니다.
사실이 아닌 주장을 거리낌 없이 하는 트럼프 대통령과 측근들의 성향을 감안, 독자들에게 최대한 객관적인 상황을 전달하고자 하는 고육지책으로 보였습니다. 뉴욕타임스(NYT)와 CNN방송 등 다른 주요 언론들도 상황은 비슷했습니다.
전 세계의 민주주의를 선도해왔다는 자부심이 강한 나라 미국에서 민주주의의 꽃 선거를 앞두고 이뤄진 전당대회 기간에 주요 언론이 팩트체크부터 중점적으로 쏟아낸 건 역설적이고도 기이한 풍경이었습니다.
팩트체크는 사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미 주요 언론사의 일상적 업무로 자리 잡았습니다. WP가 지난 7월 중순까지 집계한 트럼프 대통령의 거짓말과 사실오도 주장이 하루 평균 16번, 총 2만번이 넘는다고 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언론이 민주당에는 관대하고 자신에게는 가혹하다고 불평해왔습니다. 가능성은 작지만 한 번쯤 왜 자신에게만 팩트체크가 날아드는지 생각해볼 대목입니다.
nar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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