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와인의 굴욕…판매 부진에 손세정제 원료로 재고 처리
코로나19 봉쇄 여파로 재고 쌓여…7천만병 손세정제 제조에 활용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세계 최고의 이탈리아 와인이 손 세정제로?'
예전 같으면 상상조차 쉽지 않은 이러한 일이 올해 현실이 될 것으로 보인다.
21일(현지시간) 일간 라 레푸블리카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세계 최고 품질로 손꼽히는 이탈리아 와인 산업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판매 위기를 맞았다.
지난 3월부터 두 달 간 이탈리아 정부의 봉쇄 조처로 음식점·술집 등이 모두 문을 닫으면서다.
봉쇄는 5월 중순 해제됐지만, 여전히 코로나19 이전의 판매량에는 못 미친다.
봉쇄 기간 와인 판매량이 예년의 절반으로 급감했다는 통계도 있다.
전 세계가 코로나19 사태를 겪고 있는 터라 수출도 예전 같지 않다.
문제는 벌써 포도 수확 철에 접어든 가운데 여전히 창고에 쌓여있는 재고다.
새 와인을 생산해 저장하려면 그만큼의 공간이 필요하다.
결국 와인 제조자로서는 눈물을 머금고 고품질 와인을 떨이로 처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코로나19로 수요가 급증한 손 세정제가 재고 처리의 대안으로 떠올랐다.
와인 100ℓ당 고순도 알코올 10ℓ를 만들 수 있다고 한다.
이탈리아 정부도 와인 재고 처리와 손 세정제의 원활한 수급을 위해 이를 지원하고 있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보도했다.
당국에 따르면 재고 와인 7천만병이 알코올 함량 92%의 손 세정제 제조에 활용될 예정이다.
한 증류업자는 "레드이건, 화이트이건 중요치 않다. 어떤 와인이든 받아 테스트하고 증류한다"고 말했다.
이탈리아는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최대 와인 생산국이다. 와인 제조에 활용되는 포도 품종만 567종으로 프랑스(278종)의 2배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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