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먼저'물러서라는 醫政…코로나확산속 의료공백 현실화하나
政 "의료계 집단휴진 중단시 정책추진 유보" vs 醫 "정부 먼저 정책철회시 파업 잠정유보"
"의정간 줄다리기에 환자는 새우 등 터지는 격"
(서울=연합뉴스) 김잔디 계승현 기자 = 정부와 의료계가 의과대학 정원 확대 등을 둘러싸고 서로 '먼저' 물러서라며 팽팽한 줄다리기를 이어가고 있다.
정부는 의사들이 파업을 중단하면 의대 증원 등 정책 추진을 유보하겠다고 밝혔지만, 대한의사협회는 정부가 먼저 정책을 철회해야만 파업을 유보하겠다며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국민건강과 생명이 직결된 사안에서 의정(醫政)간 이런 핑퐁 게임에 국민만 피해를 보게 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21일 의협과 복지부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이 거세게 확산하는 엄중한 상황이라는 데는 공감하면서도, 의대 증원 등 정책에 대한 입장차는 좀처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파업을 중단해야만', 의협은 '정책을 철회해야만'이라는 조건을 각각 내세우는 쳇바퀴 도는 공방이 이어지면서 제2차 전국의사총파업이 현실화했다.
최대집 의협 회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정부가 정책을 철회하지 않으면 파업을 지속하겠다는 태도를 명확히 했다.
의협은 정부가 추진하는 의대 정원 확대, 공공의대 설립, 한방첩약 급여화, 비대면 진료 육성을 '4대악 의료정책'으로 규정하고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오는 26일부터 28일까지 개원의는 물론 전공의, 전임의, 봉직의 등 의사 전 직역이 참여하는 제2차 전국의사총파업을 벌이겠다고 예고했다.
최 회장은 "정부가 철회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만큼 예정대로 파업이 진행될 것"이라며 "정부는 우선 정책을 철회하고, 코로나19가 안정기에 들어선 뒤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복지부는 의협과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이 파업을 중단하고 대화에 나서면 정책 추진을 유보하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협의가 진행되는 동안 정책을 추진하지 않겠다고 했는데도 의협이 아예 정책을 철회해달라고 요구하는 데에는 유감을 표하고 있다.
의협과 복지부가 한 치도 물러나지 않고 같은 입장만 되풀이하면서 결국 피해는 환자에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미 전공의들이 이날부터 무기한 파업에 돌입했고, 의협 역시 총파업에 대한 의지를 굽히지 않으면서 진료 차질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의료계 내부에서도 의정 갈등이 신속히 봉합되길 바라는 목소리가 작지 않다.
실제 국립대학병원협회, 대한사립대학병원협회 등은 입장문을 통해 "정부와 의사가 대립하고 극한적인 투쟁으로 나가면 국민들은 어떻게 해야 하느냐"며 "정부와 의협의 '잠시 멈춤'을 촉구한다"고 요청하기도 했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20년 전 의약분업 때 의료진 파업과 달리 지금은 감염병 위기 상황"이라며 "의료계와 정부가 싸우는 가운데 국민과 환자들이 새우 등 터지는 격"이라고 말했다.
이날 인턴, 레지던트 등 전공의들이 무기한 파업을 시작했고, 오는 26일부터 28일까지능 의협의 총파업이 예정돼있다. 전공의들은 무기한 파업과 함께 소속 의료기관에 사직서를 제출하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의대생들은 국시 거부, 동맹 휴학 등으로 정부에 반대 의사를 표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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