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살인 누명 후 27년만에 풀려나…최장기 억울한 옥살이
경찰 고문·허위자백 강요에 어린이 2명 살해 인정
법원 "피해자 진술이 모순되고 범죄 사건과 불일치"
경찰 고문, 담뱃불로 지지고 때리고 잠 안 재워
(서울=연합뉴스) 김유아 기자 = 수사기관의 고문에 못 이겨 살인 누명을 뒤집어쓰고 20년 이상 감옥에서 복역한 중국 남성이 무죄 선고를 받고 풀려났다.
그가 감옥에서 지낸 날은 무려 9천778일로, 이는 중국에서 억울하게 옥살이한 최장 기록이다.
지난 4일 중국 장시성 고급인민법원은 살인 혐의로 27년째 복역하던 장위환(52)씨에 대해 "그의 진술은 일관성이 없고 사건 기록과도 일치하지 않는다"면서 사과를 전함과 동시에 무죄를 선고했다고 BBC방송이 보도했다.
장씨는 장시성 난창시 진셴현 한 마을에서 소년 두 명을 살인한 혐의로 사형을 선고받아 1993년 10월 27일부터 감옥살이를 시작했다.
이후 장씨는 "고문을 당해 허위로 자백할 수밖에 없었다"며 600통이 넘는 재심 탄원서를 넣었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여 재심에 착수했다.
이날 무죄 선고를 받고 교도소에서 걸어 나온 장씨가 83세 노모, 전처와 가진 눈물겨운 상봉 장면은 언론을 통해 중국 전역에 퍼지기도 했다.
장씨 사이에 두 아들을 낳은 쑹샤오뉘는 11년 전 그와 이혼하고 다른 사람과 재혼했지만, 전 남편의 출소 자리를 찾아와 "판결 소식을 듣고 너무 기뻤다"며 축하했다.
장씨 측은 "재심 무죄 판결에 대해 국가배상금을 요구할 것"이라며 또 잘못된 판결을 내린 당시 재판부에도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판결을 지켜본 법조계 등은 중국이 최근 들어 부당 판결에 대한 재심을 늘려가고 있다고 전했다.
그간 중국에서는 경찰이 잠을 못 자게 하거나 담뱃불로 지지고 때리는 등 고문기술을 동원해 자백을 강요한다는 말들이 흘러나왔다. 당시 법원은 피고인이 범행을 인정하면 대부분 유죄를 내리는 경향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중국 정부는 2010년 대법원만이 사형 선고를 내릴 수 있게끔 하고 피고인의 자백에만 의존하는 관행을 줄이도록 하는 등 법체계를 다듬었다.
다만 이 같은 노력은 정치범에겐 적용되지 않아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BBC방송은 중국 내 반체제 인사나 신장웨이우얼 자치구의 무슬림 등 소수 민족에 대한 처우를 개선하려는 전혀 움직임은 없다고 분석했다.
이어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에 연루된 용의자는 감시되지 않는 장소로 끌려가는 등 일반적인 구금 체계가 작동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지적했다.
ku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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