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대통령, 매각 앞둔 전용기 앞 회견…"과소비의 표본"
"국민을 모욕하는 사치" 前정권 비난…"구매 제안 2건 검토중"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이 매각을 앞둔 대통령 전용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27일(현지시간)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매일 기자회견을 여는 대통령궁을 떠나 멕시코시티 공항의 대통령기 격납고에서 기자들을 만났다.
그는 엔리케 페냐 니에토 전 대통령이 2012년 사들인 전용기 TP-01을 가리켜 "그들(과거 정권들)이 저지른 과잉의 표본"이라고 표현했다.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전용기 구입과 유지에 든 막대한 비용을 설명하며 "이러한 사치는 빈곤에 시달리는 국민에 대한 모욕"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2018년 12월 취임 전부터 '호화' 전용기를 매각하겠다고 약속하고, 취임 후 단 한 차례도 전용기를 이용하지 않은 채 민간 여객기를 타고 지방과 외국을 다녔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보잉사 격납고로 옮겨져 매수자를 찾던 전용기는 쉽사리 주인이 나타나지 않자 지난 22일 19개월 만에 다시 멕시코로 돌아왔다.
이날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두 건의 구매 제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 중 하나는 절반은 현금으로, 나머지 절반은 의료장비로 지불하겠다는 제안으로, 지난주 100만달러의 선금을 이미 받았다고 전했다.
현금 100%로 사겠다는 또 다른 제안도 살펴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보잉 787-8 드림라이너 기종의 전용기 구입 가격은 2억1천800만달러(약 2천600억원), 지난해 유엔 감정가는 1억3천만달러다.
멕시코 대통령은 "며칠 내에 매각 문제가 해결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용기 가격과 비슷한 당첨금을 나눠주는 '대통령기 복권'의 경우 9월 추첨을 앞두고 목표량의 4분의 1밖에 팔리지 않았다. 당초 전용기를 상품으로 주는 복권 발행을 계획했다가 비현실적이라는 비판 속에 현금을 지급하는 것으로 바뀐 것이다.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추첨일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얼른 복권을 팔아야 한다"며 전용기 매각과 복권 판매 수익은 모두 의료장비 확충 등에 쓰인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 후엔 기자들이 직접 전용기에 올라 킹사이즈 침대와 샤워시설 등이 갖춰진 내부를 살펴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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