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안데르탈인 통증 문턱 낮아"…일부 현대인에게도 유전
나이 들수록 통증 커지는데 "여덟살 더 많은 것처럼 통증 느껴"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현생 인류의 조상과 공존하다가 약 4만년 전 멸절한 화석 인류인 네안데르탈인은 통증을 느끼는 '문턱'이 낮았으며, 현대인 중 일부가 이런 통증에 약한 유전자를 물려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독일 막스 플랑크 진화인류학 연구소의 스반테 파보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네안데르탈인의 통증 관련 유전자를 분석한 결과를 과학 저널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 최신호에 발표했다.
이 연구소와 외신 등에 따르면 연구팀은 척수와 뇌에 통각(痛覺)을 전달하는 기능과 관련된 네안데르탈인 유전자(SCN94)에서 현대인과 다른 변이를 찾아냈다. 이 유전자는 통증 감각을 일으키는 이온 통로(ion channel)의 기능을 관장하는 단백질(Nav1.7)을 암호화하는데, 아미노산 3개가 다르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런 유전자 변이는 최근 몇 년간 크로아티아와 러시아 등지의 동굴에서 발굴된 네안데르탈인 화석을 통해 3건의 고품질 게놈이 완성돼 가려내는 것이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또 영국인 게놈 데이터베이스인 'UK바이오뱅크'에 등록된 영국인 36만2천명의 통증관련 설문 응답 결과를 분석하고 이를 통증관련 유전자와 비교했다. 그 결과, 네안데르탈인 통증 유전자를 가진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더 자주 통증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네안데르탈인 통증 유전자가 통증 자극으로 열린 이온 통로를 더 오래 열어둬 통증 신호가 신경에 전달될 가능성도 늘어나는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팀은 "인간이 통증을 느끼는 정도에서 가장 큰 인자는 나이인데, 네안데르탈인 통증 유전자를 가진 사람들은 실제보다 여덟살 더 많은 것처럼 더 큰 통증을 느낀다"고 설명했다.
네안데르탈인 통증 유전자는 주로 중남미 사람들이 물려 받았으며 일부 유럽인들도 이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카롤린스카연구소와 막스 플랑크 연구소에 소속된 논문 제1저자 휴고 제베르크 박사는 "이온 통로를 관장하는 네안데르탈인 유전자는 아미노산 3개가 다른데, 1개만 다를 때는 이온 통로 기능에 영향을 주지 않았지만 3개가 모두 다를 때는 통증 민감도를 높이는 결과로 이어졌다"고 했다.
연구팀은 분자 수준에서 네안데르탈인의 이온 통로가 더 쉽게 작동했으며, 이는 네안데르탈인의 통증 유전자를 물려받은 사람들의 통증 문턱이 낮은 점을 설명하는 것일 수 있다고 했다.
파보 교수는 "통증은 척수와 뇌에서 조절되기 때문에 네안데르탈인이 실제로 더 많은 고통을 느꼈는지는 단정적으로 말하기 어렵다"면서 "그러나 이번 연구 결과는 통증 신호를 보내기 시작하는 네안데르탈인의 문턱이 현대인들보다 낮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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