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사병 재발했는데…21년전 페스트 백신개발이 중단된 이유는?
'감염병의 불평등'…김우주 교수 "전 지구적 감염병 공조 필요한 시대 왔다"
(서울=연합뉴스) 계승현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전 세계적 확산이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중국 등 주변국에서 흑사병(페스트) 같은 다른 감염병들이 연달아 발생하자 백신 개발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들 감염병에는 왜 백신이 없을까?
14일 의료계에 따르면 신종 감염병의 경우 위생과 야생동물 식습관 문제로 개발도상국에서 먼저 발병하는 사례가 많아 의약품 개발이 선제 조치로 이뤄지지 않는 경향이 있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이를 두고 '감염병의 불평등'이라고 불렀다.
김 교수에 따르면 신종 감염병은 아프리카·남미 등 개발도상국에서 주로 발병하고, 선진국 내 확진자는 그리 많지 않다.
이렇다 보니 거대 다국적 제약사 입장에서는 구매력이 낮은 개도국 환자에게 공급할 백신을 개발할 경제적 유인이 없다.
코로나19 이외에도 지카 바이러스, 에볼라, 사스, 메르스 등 신종감염병 대부분에 현재까지 뚜렷한 백신이 없다. 중증인 경우 인공호흡기, 투석 등 대증요법과 2차 감염으로 인한 폐렴을 막기 위한 광범위 항균제 투입 등의 방법을 활용하지만, 이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다.
인류를 끈질기게 괴롭혀온 감염병조차 백신 수요가 부족하면 예방 요법이 개발되지 않는 실정이다. 중세 유럽에서 수많은 사망자를 내고, 아직도 연간 2천500여명의 환자가 발생하는 페스트의 경우 지난 1999년 백신 개발이 중단됐다. 연간 확진 건수가 많지 않고, 항생제로 치료할 수 있어 수요가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폐페스트와 패혈증 페스트는 치명률이 30∼100%로 매우 높지만, 항생제로 적절하게 치료할 경우 각각 15% 이하, 30∼50%로 감소한다.
그러나 신종 감염병은 더는 개발도상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의 '신종감염병 위기 대응 기술'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적인 인구이동 증가와 기후변화, 고령화 등으로 한 지역의 신종감염병이 전 세계에 번져 많은 사람의 목숨을 앗아가는 세계적 대유행(팬데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김우주 교수는 "교통수단의 발달로 좁아진 지구에서는 발원지와 상관없이 감염병이 어디로든 퍼질 수 있기 때문에 확진 사례가 적은 감염병에 대해서도 전 지구적 공조가 필요해졌다"고 강조했다.
그는 "수요가 있어야 공급하는 민간 제약사에 의존하기보다는 선진국 및 개도국 정부가 힘을 합쳐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힘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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