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능조작에 협박까지…대기업 진출하면 중고차 소비자피해 줄까
20조원대 시장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 심의 중…7년 만에 재진출 가능성
"소비자 보호 위해 변화 절실" vs "영세업체 위협"
(서울=연합뉴스) 최윤정 기자 = 영세업체 위주로 운영되는 중고차 시장에 완성차 업체 등 대기업이 더 들어가면 판도가 확 바뀔까.
중고차 매매업이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되는 데 노란불이 켜진 가운데 자동차산업협회에서 진출 의향을 공식적으로 밝히고 기존 업체들은 반발하면서 중고차 시장을 둘러싼 온도가 뜨거워졌다.
대기업 진출을 허용하면 중고차 시장 구조가 바뀌며 소비자 불만을 해소하고 신뢰를 높일 계기가 될지, 영세업체들만 사라지게 될지 관심이 쏠린다.
◇7년 만에 중고차 시장 대기업 진출 허용되나
중고차 매매업은 동반성장위원회가 시장 규모가 커서 생계형 적합업종에 적합하지 않다는 의견을 내면서 2013년 이래 대기업에 닫혔던 문이 열릴 가능성이 커졌다.
중소벤처기업부는 동반성장위원회 의견을 토대로 생계형적합업종심의위원회를 개최해 결론을 내릴 예정이다.
지금은 사전에 대기업과 기존 업체들 사이에 상생 방안을 찾는 중이지만 입장차가 커서 조율이 쉽지 않은 분위기다.
전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 관계자는 12일 지금 수입차업체들이 하는 인증중고차 사업은 규모가 크지 않아서 괜찮지만 완성차 업체가 들어오면 영향이 크다고 말했다.
◇허위매물, 사기 등 소비자 피해 지속
정부는 기존 업체들의 '생존권 위협' 반발뿐 아니라 일반 소비자 보호도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공정거래위원회 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된 중고차 관련 불만 상담은 2018년부터 이달 10일까지 2만783건이다. 품목별로는 스마트폰, 침대 등에 이어 5위로, 가격이 1천만원대에 달하는 고가 내구재 중에는 가장 많다.
중고차 관련 소비자 불만 중에 침수차를 일반차로 둔갑해 파는 등의 사기는 가벼운 수준이고 소비자가 감금, 협박을 당하는 사례까지 종종 나오곤 한다.
지난 9일에도 중고차 딜러 44명이 인터넷에 허위매물을 올려 고객을 유인한 뒤 다른 차량을 시세보다 비싸게 팔아 35명에게서 총 6억원을 가로챈 혐의로 인천서부경찰서에 입건됐다.
올해 4월엔 당초 인터넷에 올린 가격의 6배를 요구하며 폭언하고 차에 감금까지 한 20대 딜러가 구속됐다.
이러다 보니 작년 11월 한국경제연구원 조사에서 응답자 76.4%가 국내 중고차시장은 불투명·혼탁·낙후됐다고 평가했다.
중고차업계 관계자는 "중고차 관련 소비자 상담은 성능조작 등 사기와 관련된 것이 많다"며 "이런 경우는 구제에 한계가 있어서 결국 민사소송으로 갈 수밖에 없고 판매가격도 높아 소비자 피해 정도가 다른 품목보다 심각하다"고 말했다.
◇20조원대 규모 '레몬마켓' 어디로 가나
지난해 중고차 거래는 224만대(매매업자간 이전거래 제외)로 신차보다 1.3배가 많다. 1대당 가격을 1천만원으로 치면 22조원이 넘는 거대 시장이다.
중고차 시장은 규모는 크지만 판매자와 소비자간 정보 비대칭성으로 질 낮은 물건이 많이 유통되는 '레몬마켓'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SK가 떠난 뒤엔 케이카, 엔카, 오토플러 등이 그나마 큰 업체이고 영세업체가 난립해서 업체 수가 5천개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고차 시장 자체 정화는 이뤄지지 않고 있고 그동안 국회 등에서도 나섰지만 업계 반발 등으로 성과는 크지 않았다.
중고차 성능점검을 부정하게 한 경우 처벌규정을 명확히 한 자동차관리법 개정안은 2년간 상임위에 계류돼있다가 20대 국회가 끝나며 폐기됐다.
중고차 매매 시 발급되는 성능·상태점검기록부와 실제 상태가 다르면 소비자가 보험금을 청구하는 '중고차 성능·상태점검 책임보험' 의무가입 제도가 작년 도입됐지만 제도 안착은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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