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해 식물성 플랑크톤 급증으로 '레짐 시프트' 진행 중
플랑크톤 순일차생산량 57% 급증…북극해 최대 변화 요인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북극해에서 기후변화로 먹이사슬 가장 밑에 있는 식물성 플랑크톤이 폭증하며 "레짐 시프트"(regime shift·체제 변화)가 이뤄지고 있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스탠퍼드대학에 따르면 이 대학 지구·에너지·환경 과학과 케빈 아리고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북극해의 식물성 플랑크톤 농도 변화에 따른 광합성 생산량을 연구한 결과를 과학 저널 '사이언스'(Science) 최신호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지구 온난화가 가장 빠르게 진행되는 북극해에서 식물성 플랑크톤의 바이오매스(생물량)가 해빙이 녹는 것을 대체하는 최대의 변화 요인으로 등장해 "심각한 체제 변화"를 나타내고 있다고 했다.
연구팀은 식물성 플랑크톤의 '순일차생산량'(NPP·Net Primary production)에 초점을 맞췄다. 이는 햇볕과 이산화탄소(CO₂)를 다른 생물이 먹을 수 있는 당으로 얼마나 빨리 전환하는지를 나타내는 것으로, 대기 중 CO₂를 얼마나 흡수하는지도 보여준다.
연구팀은 북극해의 바닷물 색깔에 관한 위성 관측 자료를 수집하고 이를 통해 식물성 플랑크톤의 농도를 측정할 수 있는 알고리즘을 개발해 분석했다.
그 결과, 지난 1998년부터 2018년 사이에 북극해 식물성 플랑크톤의 NPP는 57%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어떤 바다에서도 유례가 없었던 생산량 증가로 분석됐다.
특히 이런 생산량 증가는 초기에는 바다 얼음이 녹은 것과 연관이 있었으나 2009년 해빙(解氷) 속도가 둔화한 뒤에도 생산량이 계속 증가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팀은 "지난 10년간의 NPP 증가는 거의 식물성 플랑크톤 생물량 증가에 의해서만 이뤄졌다"고 분석했다.
식물성 플랑크톤이 과거에는 바다 얼음이 녹으면서 더 넓은 바다에서 더 오래 성장하며 탄소 대사를 했지만, 현재는 '걸쭉한 수프'처럼 점점 더 농도가 짙어지고 있다고 했다.
식물성 플랑크톤이 성장하려면 빛과 영양분이 필요하고 바다에서 이를 얻는 과정이 복잡하기 때문에 북극해의 식물성 플랑크톤이 언제까지 증가할 것인지를 놓고 갑론을박이 진행돼 왔다.
연구팀은 이와 관련해 일각에서 제시하는 것처럼 영양분 부족이 식물성 플랑크톤의 지속적인 생산량 증가를 제한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증거를 내놓았다. 다른 바다에서 새로운 영양분이 공급돼 식물성 플랑크톤이 더 많은 CO₂를 흡수한다는 것이다.
아리고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가 북극해의 미래 NPP와 먹이 공급, CO₂ 흡수능력 등이 기후변화로 어떻게 바뀔 것인지를 조망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것이라면서 "이에 따른 승자와 패자가 있겠지만 극지 환경에서 적응해온 많은 동물은 바다 얼음이 줄면서 생존에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했다.
그는 또 "(식물성 플랑크톤이) 과거보다 훨씬 더 많은 탄소를 흡수하고 있지만, 기후변화 문제를 풀어나가는데 의존할 수 있을 만큼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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