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보안법, 홍콩 '자치·사법 독립' 무력화할 수 있어"
중앙정부 기구에 '감독' 권한 부여…재판관은 행정장관이 임명
마카오 국가보안법보다 훨씬 '센' 내용 담겨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가 제정을 서두르는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이 홍콩의 자치와 사법 독립을 심각하게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고 홍콩 언론이 전했다.
22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홍콩 법조계와 학계는 지난 18∼20일 중국 전인대가 심의한 홍콩보안법의 내용이 홍콩의 자치 보장과 법치주의에 맞지 않는 여러 내용을 담고 있다고 지적했다.
홍콩보안법은 외국 세력과 결탁, 국가 분열, 국가정권 전복, 테러리즘 행위 등을 금지·처벌하고, 홍콩 내에 이를 집행할 기관을 설치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에 따라 중국 중앙정부 기구인 '홍콩 국가안보처'가 설립돼 홍콩의 안보 전략과 정책 수립에 대한 의견을 제안하고 감독, 지도, 협력하는 권한을 가진다.
요하네스 찬 홍콩대 전 법대 학장은 이에 대해 "중국 중앙정부 기구가 '감독'을 한다는 것은 지시를 내릴 경우 이를 어길 수 없다는 것을 뜻한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홍콩이 어떻게 고도의 자치를 누릴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중국과 영국 간 합의된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는 1997년 홍콩 주권 반환 후 50년간 중국이 외교와 국방에 대한 주권을 갖되, 홍콩에는 고도의 자치권을 보장했다.
한 소식통은 홍콩 국가안보처는 차관급 기구가 될 것이며, 시진핑(習近平) 주석이 이끄는 중앙국가안전위원회에 직접 보고할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이달 말 중국 공산당 지도부인 상무위원회가 안보 분야의 고위 관료를 홍콩 국가안보 책임자로 임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홍콩 지도자가 전·현직 법관 중에서 국가안보 사건을 맡길 법관을 결정하고, 홍콩 국가안보처가 홍콩의 사법기관, 집행기관과 '협력 체계'를 구축한다는 내용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홍콩변호사협회의 아니타 입 부회장은 "이것은 명백히 행정부가 사법 시스템에 간섭하는 것을 뜻하며, 홍콩의 '사법 독립'에 심각한 타격을 미칠 것"이라며 "행정장관이 법관을 결정하고, 사법기관이 집행기관과 '협력'한다는 개념은 말이 안 된다"고 질타했다.
이번에 제정된 홍콩보안법이 지난 2009년 시행된 마카오 국가보안법보다 훨씬 강력한 내용을 담고 있다는 점도 홍콩 내에서 우려를 낳고 있다.
홍콩에는 중국 중앙정부 기구인 '홍콩 국가안보처'가 설치되지만, 마카오는 이러한 중국 중앙정부 기구가 설치돼 마카오 내 안보 관련 사안을 직접 '감독'하지는 않았다.
또한, 신설되는 '홍콩 국가안보위원회'에는 중국 중앙정부가 직접 '고문'을 파견하지만, 2018년 설립된 마카오 국가안보위원회에는 이러한 중앙정부 고문이 파견되지는 않았다.
이에 대해 홍콩 친중파 진영은 마카오와 달리 홍콩은 반중국 세력이 강하고, 지난해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시위와 같은 혼란을 겪은 만큼 이러한 조처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홍콩 야당과 재야단체는 이러한 겹겹의 '통제 장치'가 홍콩이 누려온 일국양제를 파괴하고, 홍콩을 사법 독립이 보장된 자유로운 국제도시가 아닌 중국 중앙정부의 직접 통제를 받는 도시로 전락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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