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 LNG선 수주, 환율 하락 이어질 수도"
현대차증권 "2004년 환율 1,100원→900원대 급락"
(서울=연합뉴스) 김태종 기자 = 우리나라 조선 3사가 최근 카타르와 맺은 대규모 LNG선 수주가 향후 환율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와 눈길을 끈다.
조선업의 경우 실제 선박 인도까지 수년이 걸리면서 조선사들이 선박대금에 대한 환율 위험을 피하기 위해 대규모 선물환 매도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8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증권은 '2004년 데자뷔, LNG선 수주 영향은?' 보고서에서 조선 3사의 카타르 LNG선 수주가 환율에 미치는 영향을 2004년과 비교 분석했다.
한국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1일 카타르와 사상 최대인 100척(약 23조원)에 달하는 LNG선 도크 확보 계약을 체결했다.
대규모 LNG선 계약은 2004년에도 있었는데, LNG선 발주의 1차 호황기였던 당시에도 이들 3사는 카타르 국영 석유기업으로부터 98척의 도크 계약을 따냈다.
이후 2007년까지 실제 발주는 53척이 이뤄졌다.
보고서는 "2004년 계약 이후 실제 LNG선이 순차적으로 발주된 2007년까지 1,100원대였던 환율이 900원 수준까지 급락했다"고 밝혔다.
이어 "당시 조선업 호황과 함께 국내 외환시장에서는 선물환율이 현물환율을 밑도는 환율 스왑레이트 역전(-)이 고착화됐다"고 설명했다.
조선업 특성상 선박 건조 이후 인도까지 장기간이 소요되면서 조선사들이 수년 뒤 받게 되는 환율 변동에 따른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선물환 시장에서 대규모 선물환 매도에 나섰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오창섭 연구원은 "당시 선물환율 역전은 달러를 싸게 사려는 재정거래에 따른 투자자금 유입으로 이어져 현물환율을 하락시키면서 환율이 크게 하락했다"고 말했다.
오 연구원은 그러면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부진했던 조선업황이 2020년을 기점으로 다시 LNG선 발주 호조가 부각됨에 따라 앞으로 환율 스왑레이트의 하락 가능성이 커졌다"고 진단했다.
그는 "외환시장 수급에서 조선사 선물환 매도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스왑레이트 하락으로 인해 원/달러 환율이 예상보다 가파르게 하락할 가능성을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29일 1,238.5원이었으나, 국내 조선사가 카타르와 계약을 체결한 지난 1일 13.5원이 떨어진 이후 계속 내림세를 보이다가 지난 5일에는 1,207.1원으로 3월 12일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taejong75@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