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영장 청구된 이재용…경영보폭 다시 좁아지나
대규모 투자 발표·바쁜 경영활동중에 구속기로 놓여
구속되면 다시 신사업·투자 차질 우려
(서울=연합뉴스) 김영신 최재서 기자 = 검찰이 4일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삼성그룹이 다시 불확실성에 휩싸였다.
이 부회장은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해 2017년 2월 구속됐다가 2018년 2월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석방된 지 2년 4개월 만에 구속기로에 다시 섰다.
수년간 이 부회장과 삼성이 수사·재판을 받으며 신사업 등 경영 동력이 약화한 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까지 겹친 위기에서 이 부회장이 다시 구속되면 최악의 경영 공백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재계에서 나온다.
검찰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 회계 변경에 이르는 과정이 모두 안정적인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진행됐다고 보고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등을 적용해 이날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 부회장은 수사 과정에서 "보고 받거나 지시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혐의를 전면 부인했고, 이틀 전에는 검찰의 기소가 타당한지 외부 전문가들로부터 객관적으로 판단 받겠다며 '최후의 카드'까지 꺼냈다.
수사심의위원회 신청을 두고 재계에서는 삼성이 수년간 사법 리스크가 계속되는 가운데 이 부회장이 또 기소되면 경영에 치명적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절박감의 발로였다는 평가가 대체적이다.
삼성은 이날 이 부회장 구속영장 청구와 관련해 아무런 입장을 내지 않고 극도로 말을 아끼고 있으나, 내부적으로는 참담해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지난달 초 이 부회장이 잘못된 과거와 단절하고 새롭게 변화하겠다고 선언한 대국민 사과 이후 '뉴삼성'에 속도를 내고 있던 시점이라 이 부회장이 다시 구속되면 적극적인 경영활동이 사실상 중단될 수 있다는 우려감이 감지된다.
이 부회장은 석방 이후 한 달에 한 번꼴로 국내외 현장 경영 행보를 통해 보폭을 넓히다 최근 더욱 공격적 행보를 보여왔다. 코로나19 속 중국 시안 반도체 공장 출장, 평택 파운드리 생산라인 구축 계획 발표 등이 대표적이다.
국정농단 관련 뇌물 혐의 파기환송심이 진행 중이지만 코로나19와 미중 무역갈등 격화 등 글로벌 위기 속에서 경영 고삐를 늦추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으로 해석됐다.
재계에서는 수년간 실종됐던 삼성의 신사업 인수·합병(M&A)도 재개될 것이라는 관측이 있지만, 이 부회장이 구속되면 신사업 동력이 크게 떨어질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글로벌 기업인 삼성이 장기간 사법 리스크로 시름 하며 신인도에 부정적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경제 위기 상황에서 1분 1초가 시급한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 총수가 매일 수사·재판으로 붙잡혀 있으면 아무리 기업이 전문경영인 체제로 돌아가도 정상적인 경영은 불가능하다"며 "심리적으로나 물리적으로나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삼성은 이 부회장이 구속됐던 2017년 2월 이후 현재까지 굵직한 인수·합병(M&A)은 실종된 상황이다. 올해 1월 미국 이동통신망 설계 관련 기업인 텔레월드솔루션즈를 인수하긴 했으나, 대형 M&A는 2016년 11월 자동차 전자장비(전장) 업체인 '하만' 인수가 마지막이었다.
이 부회장 구속 이후 1년여간 사실상 중단됐다가 지난해부터 본격화하고 있는 대규모 투자도 삐걱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삼성은 이 부회장 석방 이후 6개월 만인 2018년 8월 인공지능(AI)·5세대 이동통신·바이오·반도체 중심 전장부품 등 4대 성장사업에 25조원을 배정하는 것을 비롯한 180조원 규모의 대규모 투자 계획을 내놓은 바 있다.
지난해 4월에는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 1위로 도약하겠다는 장기 계획인 '반도체 2030' 비전을 선포했다. 반도체 2030에 총 133조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이어 지난해 10월 퀀텀닷(QD) 디스플레이에 13조1천억원을 투자해 차세대 디스플레이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올해 들어서도 이 부회장이 "어려울 때일수록 투자를 멈춰선 안 된다"며 평택 파운드리 공장 건설 등 투자에 속도를 내던 중이었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또 다시 구속된다면 삼성은 최악의 불확실성 소용돌이에 빠져들게 된다"며 "총수 부재 상황에선 대규모 투자, M&A 등에 관해 결정을 내리기 힘들어 대외 경쟁력이 약화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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