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잘 공간도 부족 동남아 '콩나물시루' 교도소, 코로나19 비상(종합)
필리핀 교도소 18명 집단감염…미얀마는 재소자 4분의 1 아예 석방 조치
(방콕=연합뉴스) 김남권 특파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좀처럼 진정되지 않는 가운데 동남아 일부 국가들의 '포화 상태' 교도소에도 비상이 걸렸다.
교도소 공간에 비해 재소자들이 너무 많다 보니 코로나19 대규모 감염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기 때문이다.
18일 필리핀 현지 언론 및 외신에 따르면 메트로 마닐라 케손시 교도소에서 전날 재소자 9명과 교도관 9명 등 모두 18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들 외에도 이 교도소 재소자 30명도 의심 증상을 보여 검사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케손시 교도소는 60년 전 지어진 시설로, 정원이 800명이지만 현재 약 4천명의 재소자가 수감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전에도 '재소자 과밀'이 문제였지만,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 집권 이후 범죄와의 전쟁으로 인해 재소자가 급증하면서 문제가 더 심각해졌다.
이와 관련, 국제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HRW)의 필 로버트슨 아시아 담당 부국장은 "이번 일은 경범죄 재소자는 물론 몸이 아프거나 나이가 많은 재소자들의 조기 석방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왜 중요한지를 보여줬다"고 말했다.
로버트슨 부국장은 "재소자들로 꽉 찬 교도소에서 코로나19 참사가 발생하지 않도록 너무 늦기 전에 정부가 시급히 행동할 필요가 있다"고 촉구했다.
그러나 필리핀 교정 당국은 격리 및 접촉자 추적 조사 그리고 방역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면서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라고 외신은 전했다.
앞서 필리핀 교도소 재소자 23명은 지난 8일 대법원에 "과밀 교도소에서는 사회적 거리 두기가 사실상 불가능한 만큼, 이대로 놔두면 교도소에서 엄청난 숫자의 사망자가 발생할 것"이라며 임시로 석방해달라는 청원을 냈었다.
미얀마 정부는 아예 대사면 형식을 통해 전례 없이 많은 재소자를 교도소에서 내보냈다.
윈 민 미얀마 대통령은 전통설 팅얀을 맞아 전날(17일) 전국 교도소 및 수용소의 재소자 2만4천896명에 대한 사면령을 내렸다.
이는 교도소 및 수용소 수감자 9만2천~10만명의 약 4분의 1에 달하는 숫자다.
미얀마 교도소 역시 공간에 비해 재소자가 많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HRW는 미얀마 교도소 등은 6만2천명가량만을 수용할 수 있다며 '포화 상태'라고 지적했다.
앞서 태국도 15일 코로나19 상황을 고려, 교도소 과밀 현상을 일부 해소하기 위해 경범죄자와 모범수 등 재소자 8천여명을 형집행정지 또는 감형 등으로 석방했다.
태국에서는 당시 재소자 2명과 교도관 1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상태였다.
지난달 말에는 태국 동북부 부리람주의 한 교도소에서 재소자들이 코로나19 감염 우려를 이유로 폭동을 일으키기도 했다.
태국에서는 지난해 말 남부 춤폰주 랑수언 교도소의 교도소 CCTV가 해킹되면서 '콩나물시루' 교도소 상황이 외부에 공개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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