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물로 나온 '케이블TV 5위' 현대HCN…이통3사는 '관망모드'
이동통신 업계 "자금 여력 없고 시너지 효과 불투명"
막판 변수 주목…인수업체는 '대형 유료방송 기업' 발돋움
(서울=연합뉴스) 정윤주 기자 = 현대백화점그룹의 계열사인 현대HCN이 매물로 등장하면서 유료방송시장 재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지난달 30일 공시를 통해 종합유선방송사업자인 현대HCN을 물적분할한다고 밝혔다.
현대HCN은 케이블TV 업계에서 LG헬로비전, 티브로드, 딜라이브, CMB에 이어 5위를 차지하고 있다. 2019년 상반기 기준 현대HCN 가입자는 134만5천365명이고 시장점유율은 4.07%이다.
현대HCN을 인수할 가능성이 큰 업계는 현재로서 통신3사이다. 인터넷멀티미디어방송(IPTV)을 운영하면서 동시에 유료방송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 사업자로 통신3사가 가장 유력하다.
통신3사 중 한 곳이 현대HCN을 인수한다면 대형 유료방송사가 탄생해 유료방송시장 전체가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통신3사는 인수 여부를 두고 아직 관망하고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 통신3사는 현대HCN 인수전을 일단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케이블TV업계의 가입자당평균매출(ARPU)이 인터넷멀티미디어방송(IPTV)보다 낮고 케이블TV의 콘텐츠 품질이 높지 않아 매력도가 떨어진다고 보기 때문이다.
아울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어 섣불리 움직이기도 어렵다는 게 업계의 입장이다.
SK텔레콤은 현대HCN 인수보다도 이달 말로 예상되는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 합병법인 출범 작업 마무리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티브로드 합병 작업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다른 회사의 인수를 고려할 여력이 없다는 뜻이다.
최근 구현모 대표이사 체제가 출범한 KT도 현대HCN 인수에 관해서는 회의적인 입장이다.
KT 측은 새로운 회사를 인수하기보다 기존 사업 부문을 성장시키겠다는 입장을 보인다. 위성방송회사 스카이라이프와 IPTV 사업인 '올레tv',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즌' 등 각 플랫폼을 운영해 각자 고객을 끌어모으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LG유플러스 역시 현대HCN 매물을 관망하고 있다.
이미 지난 1월 CJ헬로비전을 인수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 새로이 유료방송사업자를 인수하기에는 여력이 부족하다.
이에 LG유플러스는 기존 LG헬로비전이 보유하고 있는 방송 권역과 현대HCN의 방송 권역, 기존 사업과 현대HCN이 시행하고 있는 사업 등의 궁합을 따져보겠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업계 3위인 딜라이브와 4위인 CMB를 놔두고 5위인 현대HCN을 인수할 이유가 부족하다는 것도 통신업계의 공통된 입장이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가입자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케이블TV업계에서 5위 사업자의 매력이 크지 않다"며 "기존 IPTV 사업을 확장해 수익을 키우는 게 더 나을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막판 변수가 발생할 수도 있다. 현재 통신 3사의 시장 점유율은 KT와 KT스카이라이프가 31.31%, LG유플러스와 LG헬로비전이 24.72%,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가 24.03%이다.
각사가 시장점유율 4.07%인 현대HCN을 인수한다면, KT·스카이라이프는 '1강2중' 구도를 더욱 공고히 할 수 있고, LG유플러스·LG헬로비전이나 SK브로드밴드·티브로드 등 2·3위 사업자는 1위를 위협하는 업계 2위로 발돋움할 수 있게 된다.
jungl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