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기지에 필요한 건 모두 현지 조달"…우주인 소변도 활용 연구
유럽 연구진, 소변내 요소 콘크리트 가소제로 활용 실험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나 유럽우주국(ESA), 중국 등이 심(深)우주 탐사의 발판으로 달 기지 건설을 추진하면서 가능한 모든 것을 달에서 직접 조달한다는 대원칙을 세워두고 있다.
지구에서 달까지 0.45㎏을 운반하는 데 드는 비용이 약 1만 달러(1천223만원)에 달하다 보니 연구진들은 물부터 시작해 달 기지 건설에 필요한 각종 자재나 물품을 현장에서 구하는 방안을 개발하는데 매달리지 않을 수 없는 형편이다.
최근에는 달에 상주할 우주비행사의 소변에 포함된 요소를 달 기지에 사용할 콘크리트의 가소제로 사용하는 방안까지 연구됐다.
스페인 과학기술재단(FECYT)에 따르면 ESA와 협력연구를 해온 유럽의 다국적 연구진들은 소변 내 요소의 콘크리트 가소제(可塑劑) 가능성을 확인하는 실험을 진행하고, 연구 결과를 학술지 '청정생산 저널'(Journal of Cleaner Production)을 통해 발표했다.
가소제는 콘크리트 초기 배합단계에서 가공성을 높이기 위해 넣는 일종의 첨가제다.
달 기지 건설에 사용될 수 있는 지오폴리머 콘크리트에서는 달 표면의 암석 부스러기와 먼지로 된 퍼석퍼석한 물질인 '레골리스'(regolith)와 극지에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얼음의 물에 더해 수소 결합을 분리하는 분자인 소변 내 요소를 가소제로 이용해 수분함유 혼합물의 점도를 줄이는 방안이 연구됐다.
연구팀은 ESA가 레골리스와 유사하게 만든 물질을 이용해 실험했다. 요소는 물론 나프탈렌을 비롯한 다양한 가소제를 활용해 3D 프린터로 원통형 '진흙'을 만들어 결과를 비교했다.
노르웨이 외스트폴드대학에서 진행된 실험에서 요소를 가소제로 사용한 진흙 샘플은 무게를 지탱하고 형태를 안정적으로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80도까지 가열한 뒤 내성 시험을 견뎌냈으며, 8차례에 걸친 동결-해동 시험을 거치며 내성이 더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요소와 함께 소변을 구성하는 물도 지오폴리머 콘크리트를 만드는 데 이용될 수 있어 소변 전체가 활용될 수도 있는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연구팀은 그러나 아직은 이런 기술이 필요한지를 평가하는 단계여서 달에 상주할 우주비행사의 소변에서 얼마나 많은 요소를 추출할 수 있을지는 아직 검토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eomns@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