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번방 사건'에 외신·국제단체 비판…"형벌 강화해야"
(서울=연합뉴스) 강건택 기자 = 미성년자 등을 협박해 성 착취 불법 촬영물을 만들어 공유한 'n번방' 사건에 외신과 국제인권단체도 따가운 시선을 보내고 있다.
미국 CNN방송은 28일(현지시간) '한국의 젊은 여성 수십 명이 암호화 메시지앱에서 성노예를 강요당한 것으로 전해졌다'는 제목의 기사를 홈페이지 메인 화면에 올렸다.
CNN은 최근 여성들을 겨냥한 불법 '몰카' 사건들이 잇따라 발생했다는 점을 거론하면서 "이 사건은 광범위하게 퍼진 성적 학대와 만연한 여성혐오를 해결하려고 노력 중인 그 나라에 '피뢰침'(lightning rod·많은 비판을 받는 사건)이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방송은 이 사건 수사가 확대되고 있지만 "많은 한국인에게 수사는 충분하지 않다"며 체포된 주동자에게 가장 무거운 형벌을 내리고 모든 관련자의 이름과 얼굴을 공개할 것을 요구하는 두 건의 청원에 400만 명 이상이 서명했다고 소개했다.
CNN은 또 한국의 현행법상 음란물에 나오는 사람이 미성년자라는 사실을 모르고 시청할 경우 형사 처벌할 수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여성가족부 장관을 지낸 진선미 의원은 CNN에 "우리 사법체계는 범죄자에게 너무나 관대하다"며 "사법체계가 우리의 아이들을 보호할 골든타임을 놓쳤다고 생각하는 것은 가슴 아픈 일"이라고 말했다.
국제인권감시단체인 휴먼라이트워치(HRW)도 이번 사건을 조명했다.
HRW 여성권리국 코디네이터인 에리카 은구옌은 26일 이 단체 홈페이지에 '한국의 온라인 성적 학대 사건이 정부 대응에서 공백을 보여준다'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법, 집행, 피해자 지원 사이에 커다란 공백이 있기 때문에 정부가 디지털 성범죄에 더욱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은구옌은 "한국의 법은 여전히 많은 범죄자가 중형을 피할 수 있게 해준다"면서 "경찰과 검찰도 이런 사건을 무시하거나 잘못 다뤄서 피해자들에게 2차 트라우마를 주는 일이 많다"고 비판했다.
그는 "한국 등 각국 정부는 여성을 폭력으로부터 보호하고 표현의 자유를 지키면서도 여성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는 방향으로 형법을 신중히 개정해야 한다"면서 "경찰, 검찰, 법원은 피해자의 권리를 모든 사법적 대응보다 우선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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