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치 못한 금리행보에 금융지주 비상대응체제 돌입
중장기적으로 사업전략 수정도 검토…신한지주는 순익 목표 낮추는 것도 고려
(서울=연합뉴스) 구정모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글로벌 확산에 국내외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대폭 인하해 금융시장이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감에 따라 주요 금융지주와 은행이 비상대응체제에 들어갔다.
하루하루 금융시장 상황을 모니터링하며 리스크를 사전에 감지하려고 노력하는 한편 당장은 아니더라도 중장기적으로 사업전략 수정을 검토하는 카드도 들여다보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신한금융그룹은 코로나19 사태가 안정될 때까지 그룹 차원의 종합상황브리핑 회의를 운영하기로 했다.
그룹사의 최고경영자(CEO), 최고재무책임자(CFO), 최고전략책임자(CSO), 최고리스크관리책임자(CRO) 등 이른바 'C-레벨' 임원이 참여해 금융시장과 여신이 나간 산업의 동향을 점검한다.
또한 대외 시장 전문가를 초청해 의견을 들어 향후 의사결정에 참고하기로 했다.
특히 금융시장 상황을 금리, 유가, 환율, 주가지수 등 거시경제 지표와 금융시장 성장률, 그룹성과 변동 등을 기준으로 삼아 진단해 그에 따라 사업전략 수정을 검토할 계획이다.
현재로써는 해외 여건이 어려워진 만큼 올초 세웠던 7대 전략과제 가운데 글로벌 성장 전략은 속도 조절에 들어가기로 했다.
2분기부터 기준금리 인하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하면 순익 목표치를 줄이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신한금융은 이미 올해 사업계획을 짤 때 지주 역사상 처음으로 '정상'(normal), '악화'(worse), '최악'(worst)의 상황을 가정한 시나리오별 사업계획을 수립했다.
현재 정상 상황을 가정으로 한 사업계획에서 2분기에는 악화 상황에 맞는 사업계획으로 전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코로나19 피해 산업을 지원하고 사회와 상생하기 위해서라도 순익 감소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KB금융은 현시점에서 경영계획을 수정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지 않지만 주요 지표를 중심으로 경기와 금융시장을 매일 모니터링하고 있다.
신용리스크 영향을 고객·산업별로 분석하고 있고, 시장·운영리스크 등의 측면에서도 비상시에 준해 점검·대응하고 있다.
KB금융 관계자는 "수익 측면의 영향은 현재 금융시장 상황이 매우 유동적이고, 모든 이슈가 완전히 드러나지 않아 예단하기가 어렵다"며 "향후 경제상황과 경영실적을 모니터링하면서 탄력적으로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번 금리 인하로 KB금융이 푸르덴셜생명 인수에 어떤 행보를 보일지 주목된다.
KB금융은 윤종규 회장의 연임과 맞물리면서 적극적으로 생명보험 인수에 나설 것으로 전망됐으나 금리 인하라는 예상치 못한 변수가 발생했다.
저금리 장기화로 생명보험업계 수익성이 최악으로 치닫는 상황에서 이번 금리 인하는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셈이다.
사양길로 접어드는 것 아니냐는 평가를 받는 업종의 회사를 인수하기 위해 수 조원의 돈을 쓰기 쉽지 않은 상황이 됐다.
우리금융은 그룹 위기관리 콘트롤타워인 '비상경영대책위원회'를 신설했다.
위원회는 금융시장을 모니터링하고, 비상계획(컨틴전시 플랜)과 시나리오별 대응 방안을 검토한다.
획기적이고 혁신적인 사고로 중장기적 성장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그룹사의 젊은 실무직원들로 가칭 '블루팀'을 운영하기로 했다.
하나금융은 전반적인 경기침체에 따른 연체율 상승을 예상, 충당금 관리 등 비용 절감에 무게 중심을 두기로 했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연간 사업전략이라고 하지만 중장기 전략을 바탕으로 하기에 수정하기가 쉽지 않다"며 "당분간은 금융시장 상황을 면밀하게 지켜보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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