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블화 폭락 여파 러시아 전자제품 가격 10∼20% 오를 것"(종합)
러시아 관영 타스 통신, 시장조사기관 인용해 전망
(블라디보스토크=연합뉴스) 김형우 특파원 = 국제유가 하락의 여파로 러시아 루블화의 가치가 폭락한 가운데 러시아 시장에서의 전자제품 가격이 10∼20%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10일 러 관영 타스 통신에 따르면 시장조사기관인 텔레콤데일리(Telecom Daily)의 데니스 쿠스코프 대표는 전날 타스에 루블화 가치 폭락의 영향을 분석하며 이같이 밝혔다.
쿠스코프 대표는 전자제품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판매점들의 상황을 고려했을 때 앞으로 전자제품의 가격이 15∼20%가량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중국 내 제품 생산이 원활하지 못한 것도 가격 상승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라고 진단했다.
러시아의 또 다른 시장조사기관인 컨텐트리뷰(Content Review)의 책임자 세르게이 폴로브니코프 역시 루블화의 가치 폭락으로 전자제품 가격이 시장에서 10%가량 상승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다만 현재까지 재고가 남아있어 소비자가 가격 인상을 실제 피부로 느끼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자제품 유통회사인 DNS의 드미트리 알렉세예프 대표 역시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전자제품 가격은 오르겠지만 당장 상승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DNS는 블라디보스토크시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러시아 500개 도시에 1천400개 매장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루블화의 가치 폭락은 전자제품뿐만 아니라 러시아 경제 분야 전반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현지 언론들은 내다봤다.
러시아 국민경제국가행정아카데미(RANEPA) 유리 유덴코프 교수는 10일 리아노보스티 통신에 루블화의 가치 폭락이 여행업계를 비롯해 자동차와 의류, 전자제품 분야에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타스 역시 루블화의 가치 폭락이 자동차 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문가를 인용해 보도했다.
러시아에서 생산하는 자동차 역시 부품의 상당 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국제유가의 하락은 석유·가스 수출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러시아의 경제 시스템을 위협하고 있다.
앞서 주요 산유국들은 코로나19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석유 감산을 논의해왔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과 러시아 등 비OPEC 10개 주요 산유국은 지난 6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추가 감산을 논의했지만, 러시아의 반대로 합의에 실패했다.
가뜩이나 코로나19의 충격파로 투자심리가 위축된 상황에서 감산 합의까지 불발하면서 국제유가는 곤두박질치고 있다.
지난 9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4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 거래일보다 배럴당 24.6%(10.15달러) 떨어진 31.1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배럴당 30달러대에 겨우 턱걸이를 한 것이다.
하루 낙폭 기준으로는 걸프전 당시인 1991년 이후 최대다.
충격파는 고스란히 러시아 루블화 폭락으로 이어졌다.
같은 날 오전 국제외환시장(Forex)에서 러시아 통화 루블화의 달러 대비 환율은 73.47루블, 유로화 대비 환율은 83.77루블까지 치솟았다. 달러 대비 루블화 환율이 73루블을 넘은 건 지난 2016년 3월 이후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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