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전 장관·의원들, 암호장비 회사-CIA 의혹 알았다"
스위스 신문 "법무장관, 관련 문건 지난해 연방정부에 제출"
(제네바=연합뉴스) 임은진 특파원 = 스위스의 암호 장비 제조사 '크립토AG'와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연계 의혹 보도로 파문이 인 가운데 스위스 전직 장관과 의원들이 관련 내용을 인지했던 것으로 드러났다고 현지 신문이 보도했다.
16일(현지시간) 스위스 신문 '노이에 취르허 차이퉁 암 존탁'과 '존탁스차이퉁' 등에 따르면 카린 켈러-주터 현 법무부 장관은 지난해 12월 연방 정부에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문건을 제출했다.
이 문건에는 1990년대 크립토에 대한 연방 경찰의 조사를 아르놀트 콜러 전 법무부 장관이 알고 있었다는 점이 담겼다.
콜러 전 장관은 또 크립토의 이사 한 명과 카스퍼 필리거 전 국방부 장관의 접촉도 인지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에 대해 필리거 전 장관은 CIA에 대해 아는 바가 전혀 없으며, 보도된 CIA 작전 자료도 정확하지 않다고 강하게 부인했다.
신문들은 다른 전직 장관 두 명도 당시 크립토에 대한 의혹을 인지했다는 정황이 해당 문건에 담겼다고 전했다.
지난 1992년 이란에서 체포됐던 크립토 직원이 당시 장관이었던 장-파스칼 들라뮈라와 플라비오 코티에게 직접 서한을 보냈다는 것이다.
그는 편지에 크립토가 제조한 장비에 '스위스 제작'이라는 라벨을 붙여 판매했다고 적었다.
이 밖에 수년 전 크립토 이사회 의장을 맡았던 연방 의원들도 해당 의혹을 알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신문들은 전했다.
앞서 미국의 워싱턴포스트(WP)와 독일의 방송사 ZDF는 기밀인 CIA의 작전 자료를 입수, CIA가 크립토를 활용해 각국의 정보를 손쉽게 빼내 왔다고 지난 11일 폭로했다.
CIA와 BND는 미리 프로그램을 조작해둬 크립토의 장비를 통해 오가는 각국의 기밀 정보를 쉽게 해제하고 취득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나아가 장비 판매 대금으로 수백만 달러의 거액도 챙길 수 있었다고 한다.
크립토의 고객이었던 국가는 120개국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크립토는 2018년 다른 기업에 매각됐지만 현재도 10여 개 국가에서 이 회사 제품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분 대부분을 매입한 업체 두 곳은 어떠한 정보기관과도 현재 관련성이 없다고 부인했다.
의혹이 불거지자 스위스 당국은 수사에 착수했다.
수사 지휘는 전직 연방 법원 판사인 니클라우스 오버홀처가 맡았으며 크립토를 둘러싼 의혹에 대한 종합적인 보고서는 오는 6월까지 제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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