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폴트를 막아라"…아르헨티나·IMF, 채무 재조정 논의 개시
440억불 채무 관련해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12∼19일 협상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경제 위기를 겪고 있는 아르헨티나가 최대 채권자인 국제통화기금(IMF)과 운명을 건 채무 재조정 협상을 시작한다.
IMF 대표단은 12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에 도착해 19일까지 머물며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정부와 대화할 예정이다.
당초 사흘간만 머물 계획이었으나 "더 심도 있는 논의"를 위해 기간을 늘렸다.
지난해 12월 페르난데스 정권 출범 이후 처음 이뤄지는 이번 방문을 통해 IMF는 아르헨티나 정부의 재정 상황과 채무 상환 계획 등을 점검하게 된다.
IMF 대변인은 이번 방문의 목적이 "아르헨티나 정부의 경제 프로그램과 전망에 대한 대화를 지속하기 위한 것"이라며 "아르헨티나 부채 상황에 대한 정부의 전략을 보다 잘 알게 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AFP통신에 밝혔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1천억 달러(약 118조원)에 달하는 채무를 재조정하기를 원하고 있다.
가장 큰 채권자는 IMF로, 전임 마우리시오 마크리 정부에서 570억 달러의 구제금융에 합의한 후 현재까지 440억 달러를 빌렸다.
오랜 경기 침체에 치솟는 물가와 빈곤율, 페소 가치 추락 등으로 위기가 이어지는 아르헨티나로서는 부채 상환이 막막한 상황이다.
아르헨티나 정부와 IMF, 그리고 다른 채권자들 모두 채무불이행(디폴트)이라는 최악의 상황만큼은 피하고 싶다.
아르헨티나는 지난 2001년을 비롯해 이미 여러 차례 디폴트를 경험했다.
지난해 대선에서 중도좌파 페르난데스가 당선이 확실시되자 아르헨티나가 또다시 디폴트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 속에 금융시장이 요동치기도 했다.
페르난데스 대통령은 취임 전후로 부채 상환 의지를 강조하며 디폴트 우려를 달랬지만, IMF와의 협상을 앞두고 현재 채무 상황이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2007∼2015년 집권했던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전 대통령 겸 현 부통령도 "돈을 갚기 위해서는 먼저 경기침체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상당 수준의 '헤어컷'(채무 삭감)"이 필요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기싸움은 이어지고 있지만, 아르헨티나 정부와 IMF의 관계가 잔뜩 경색됐던 2001년과 달리 현재까지 양측의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와 마르틴 구스만 아르헨티나 경제장관은 이달 초 바티칸에서 만나 미리 대화하기도 했는데, 양측 모두 "건설적인 대화를 했다"고 평가했다.
경제학자 엑토르 루비니는 AFP통신에 "IMF가 적극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돈을 돌려받길 원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IMF 역시 현 상황에 이르기까지 역할을 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아르헨티나 경제 위기에 대한 IMF 책임론이 아르헨티나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고, 특히 일반 국민 사이에서는 IMF에 대한 상당한 반감도 존재한다. 이날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IMF 반대 시위가 벌어졌다.
페르난데스 대통령으로서는 IMF에 과도한 긴축을 약속하지 않으면서도 원만한 합의를 끌어내야 한다. IMF와의 협상 결과는 다른 채권자들과의 협상에도 중요하다.
정부는 조속히 채무 재조정을 매듭짓고 경제 성장에 집중하겠다며, 자체 협상 시한을 3월 말로 설정한 바 있다.
골드만삭스의 알베르토 라모스 중남미 담당 연구원은 AP통신에 "IMF는 기꺼이 아르헨티나를 도우려 할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그러기 위해선 아르헨티나 정부가 개입주의나 비정통적인 정책은 멀리한 채 2∼3년 내에 재정 상황을 개선하려는 의지와 능력이 있음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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