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 "기생충 계기로 세계관객 '한국 소프트파워' 확신"
BBC·블룸버그, 아카데미 주요부문 석권 의의 평가
가요·드라마 등 글로벌 흥행 거론하며 '또다른 분수령' 진단
(서울=연합뉴스) 하채림 기자 = "영화 '기생충'의 아카데미 주요 부문 수상은 한국의 '소프트파워' 성장의 근거로, 세계에 한국의 문화적 재능을 일깨웠다."
10일(현지시간) 영국 국영 BBC 방송과 미국의 블룸버그통신은 '기생충'의 아카데미 수상 의미를 이렇게 평가했다.
소프트파워는 문화적 영향력이 강한 국가나 그 역량을 뜻하는 표현으로, 군사나 경제 강국에 대비되는 개념이다.
블룸버그는 지난 10년간 한국 소프트파워 성장의 사례로 세계 최고 인기 아이돌그룹 BTS, 아시아 시장을 휩쓰는 드라마, 유튜브 신드롬 '아기상어' 등을 꼽으며 "기생충의 아카데미 수상은 한국 소프트파워의 핵심 분야인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분수령이 될 수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통신은 "이번 수상은 한국 영화의 가장 화려한 성과로, 한국 영화가 세계적으로 성장하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는 영화진흥위원회 관계자의 평가를 전했다.
BBC는 비(非)영어 영화가 아카데미 주요 부문을 석권한 것이 영화계에서 역사적일 뿐만 아니라 한국인에게 '문화적 돌파구'라고 분석했다.
방송은 "BTS가 나보다 힘과 영향력이 3천배는 더 세다"는 봉준호 감독의 시상식 후 발언을 소개하면서, 한국 영화가 국제무대에서 인정을 받기까지는 시간이 걸렸다고 설명했다.
외신은 기생충이 세계의 장벽을 돌파한 요인으로는 ▲ 계급갈등이라는 보편적 주제 ▲ 이야기에 생명력을 불어넣은 출연진 ▲ 미국 배급사 네온의 단계·효과적 마케팅·홍보 전략 ▲ 투자사 CJ그룹의 이미경 부회장의 봉 감독에 대한 전폭적 지지 등을 공통으로 거론했다.
BBC는 이 부회장이 진정한 영화광이며 한국 TV·영화 산업에서 이 부회장이 관여하지 않고서 일어나는 일은 거의 없다고 소개하면서, 계급 갈등을 다룬 풍자극 프로젝트가 한국에서 손꼽는 재벌의 뒷받침으로 실현된 것은 아이러니라고 덧붙였다.
BBC는 봉 감독의 수상 소감을 언급하며 기생충의 아카데미 수상은 분단으로 인한 '불안'이 뿌리깊게 체화한 한국에 특별히 '감정적'으로 다가갔다고 해석했다.
봉 감독은 각본상 수상 무대에서 " 시나리오를 쓴다는 게 (중략) 국가를 대표해서 쓰는 건 아닌데"라며 뜸을 들인 후, "이 상은 한국이 받은 최초의 오스카상"이라고 말했다.
BBC는 "오스카는 한국이 문화적 강국이라는 것을, 이제 역사책에 자리를 마련했다는 것을 인증해준 것"이라며 "이전에 (세계) 관객들은 한국에 대단한 문화적 재능이 있다는 것을 몰랐다면, 이제는 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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