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간 전염' 우한폐렴에 호주·일본·대만 등 국경검역 비상(종합)
한해 중국인 방문객 100만명 호주, 우한발 비행기 검역 강화
아베 일본 총리 "신종 폐렴 의심환자 감시·정보수집" 지시
대만 보건당국, 최근 2주새 중국 다녀왔으면 강제 검역하기로
(서울=연합뉴스) 현혜란 기자 = 중국에서 빠른 속도로 확산 중인 이른바 '우한 폐렴'의 침투를 막기 위해 호주와 일본, 대만 등 중국인의 발길이 잦은 주변국들이 경계심을 높이고 있다.
지난해 12월 말 중국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시에서 처음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된 환자가 220명으로 급증한 데다, '사람 간 전염' 가능성에도 무게가 실리자 대책 마련에 나선 것이다.
호주 보건당국 최고 책임자인 브렌던 머피는 21일(현지시간) 이달 23일부터 중국 우한(武漢)에서 시드니로 오는 비행기 탑승객을 가려낼 계획이라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일주일에 세 번씩 우한에서 시드니를 직항으로 연결하는 비행편을 이용한 승객은 열이 있거나 질병 감염이 의심되면 스스로 신고해야 하지만, 이 조치만으로 질병 확산을 완전히 차단할 수는 없다는 게 당국의 판단이다.
우한 폐렴의 잠복기를 1주일이라고 밝힌 머피는 "해당 질병이 국가 안에서 확산하는 것을 완전히 막을 수는 없다"며 이번 조치가 "위험군을 파악하고 그들에게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한 해 동안 호주를 찾은 중국인이 100만명에 달할 정도로 호주는 중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관광지 중 하나다. 특히 중국 최대 명절 춘절(春節·설)에 맞춰 중국인이 대거 호주를 방문할 것으로 예상된다.
호주에서는 확진자가 나오지 않았으나, 최근 우한에 다녀와 폐렴 증세를 보이는 브리즈번 거주 남성을 격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여부를 검사하고 있다고 dpa통신이 보도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이날 개최한 각의에서 설 연휴를 앞두고 후생노동성 등 관계 당국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이 의심되는 환자 모니터링 강화와 최신정보 수집을 지시했다.
아베 총리는 "사람 간 전이가 확인되고 있지는 않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환자가 계속 증가하고 있으니 많은 주의가 필요하다"며 "우리는 더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에서는 지난 16일 최근 우한에 머문 적이 있는 30대 가나가와(神奈川)현 중국인 남성 거주자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됐다는 확진 판정을 받았다가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퇴원했다.
대만 질병통제센터(CDC)는 국적에 상관없이 최근 14일 사이 중국에 발을 들였던 여행객 중 폐렴 의심 증세를 보인다면 강제 검역대상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기존에는 우한시를 다녀온 여행객만을 대상으로 검사했으나, 이제는 중국 전역으로 확대한 것이다.
중국에 다녀온 여행객 중 폐렴 의심 증상을 보이면서도 대만 보건당국에 알리지 않았다면 전염병 통제법 위반 혐의로 최대 15만 대만 달러(약 583만원)를 벌금으로 부과할 수 있다.
중국 당국이 공개한 중국 전역의 우한 폐렴 환자 수는 총 220명이다. 우한시에 198명으로 가장 많고 광둥(廣東)성 14명, 베이징(北京) 5명, 상하이(上海) 2명, 다롄(大連) 1명으로 그 뒤를 따랐다. 사망자는 총 4명으로 모두 우한시에서 나왔다.
중국 국가보건위원회의 고위급 전문가팀장이자 중국공정원 원사인 중난산(鐘南山)은 전날 밤 중국중앙방송(CCTV) 프로그램에 출연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사례 중 일부는 "사람 간 전염이 확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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