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원 "대화하자" 노조 "당정청 나와라"…꼬인 기업은행 사태(종합)
18일째 출근 불발, 금융권 최장기록
문 대통령 '인사권' 발언에도 대치 평행선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윤종원 신임 IBK기업은행장이 취임 18일 차를 맞은 20일에도 본점 집무실로 출근하지 못했다. 금융권을 통틀어 2013년 이건호 전 국민은행장(14일)을 넘어서는 최장기 기록이다.
기업은행[024110] 노동조합은 '낙하산 행장' 반대를 외치며 정부와 여당의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을 요구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정부의 인사권'을 강조하며 직접 입장을 표명했지만, 노사갈등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당초 윤 행장의 거취를 둘러싼 기업은행 내부의 갈등은 지난주에는 정리 수순을 밟지 않겠느냐는 게 금융권의 관측이었다.
갈등의 중심에 선 윤 행장은 직접 몇차례에 걸쳐 노조에 대화를 제안했고, 노조 내부에서도 갈등 장기화에 따른 경영 공백과 기업은행 이미지 실추, 고객 불편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었다.
그러나 실타래는 쉽게 풀리지 않았고, 노조는 대화 자체에는 열린 입장을 보이면서도 '윤 행장과의 대화로 해결될 일이 아니다'라고 선을 긋고 있다.
행장 제청권을 가진 정부, 임면권을 가진 청와대(대통령), 지난 대선에서 금융노조와 '낙하산 인사 근절' 등의 내용으로 정책협약을 맺었던 더불어민주당이 나서서 현 사태에 대한 사과를 표명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지난 14일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 이후 노조는 운신의 폭이 더 좁아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인사권은 정부에 있다"며 "(노조도) 그냥 내부 출신이 아니라는 이유로 비토하는 건 옳지 못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의 단호한 답변에 노조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내심 당정청의 화해 메시지가 나오기를 바랐지만, 노조의 문제 제기 자체가 근본적으로 잘못됐다는 취지의 답이 돌아온 것이다.
노조는 연거푸 성명을 내고 반발했다. 2013년 민주당이 당시 기업은행장 후보에 올랐던 허경욱 전 기획재정부 차관에 대해 낙하산 인사와 관치라는 이유로 반대해 낙마시켰던 기억을 소환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국책은행장 임면권에 대한 법은 그대로인데, '상황 논리로 자기모순을 덮으려 한다'는 주장이다.
노조의 한 관계자는 "우리로서는 대화의 문을 열어놓은 상태에서 대통령이 찬물을 끼얹은 것과 다름없다"며 "이대로 투쟁을 접을 수는 없는 상황이 됐고, 사실상 문제 해결이 더 어려워졌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은 자회사 구조조정 문제가 논란이 되기도 했다. 노조 측은 이날 아침 집회에서 "윤 행장이 임금체계 개편과 자회사 구조조정을 얘기했다고 한다"며 그가 정식 출근도 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현장과 동떨어진 판단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윤 행장은 연합뉴스와 전화통화에서 "자회사 업무보고를 받던 중 일부 회사가 어려운 형편에도 부사장은 2명씩 두고 있어 의문을 가졌다"며 "문제는 없는지 살펴볼 계획으로, 일반 직원을 구조조정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기업은행장 인사 갈등이 출구를 찾지 못하는 가운데 상급 단체인 한국노총의 차기 위원장 후보 모두 21일 선거 직후 기업은행 투쟁에 동참할 것을 약속했다.
민주노총 산하 사무금융노조와 한국은행·금융감독원 노조도 지난 9∼10일 현장을 찾아 연대 의사를 밝혔다.
다만 갈등 장기화는 노사 양측에 모두 부담인 만큼 시간이 가면서 어떤 식으로든 해결을 위한 물밑 작업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윤 행장도 언론 인터뷰에서 "(노조가 제기하는) 임원 선임과정의 절차적 투명성 문제는 정부와도 상의해보겠다"고 밝혔던 만큼 대화의 주체로 나서지는 못하더라도 일정 부분 역할을 할 여지는 있다.
정부와 여당 안에서도 사태를 주시하며 노조에 접촉을 시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질적으로 대화가 이뤄지거나 진전이 있지는 않은 상태다.
노조 관계자는 "대화의 키는 저쪽(당정청)에 있다"며 "대화가 이뤄진 후에는 윤 행장에 대한 토론회든 공청회든 열어서 그의 경영철학과 리더십을 검증하고 직원들의 불안을 잠재울 기회를 가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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