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억류 'DL 릴리호', 100일 만에 풀려나
한국인 선장·선원 9명 태운 선박, 싱가포르항으로 출발
(자카르타=연합뉴스) 성혜미 특파원 = 인도네시아 영해 침해 혐의로 억류됐던 선박 'DL릴리호'가 100일 만인 17일 오후 풀려났다.
이 선박은 파나마 국적의 액화석유가스(LPG) 수송선이지만, 선장과 선원 9명이 한국인이다.
DL릴리호의 선사 측과 주인도네시아 한국대사관은 "선장이 인도네시아 해군으로부터 여권 등 관련 서류를 돌려받고, 출항을 허가받았다"며 "오늘 오후 3시 45분께(현지시간) 싱가포르항을 향해 출발했다"고 밝혔다.
DL릴리호는 작년 10월 9일 공해에 닻을 내려야 하는데 인도네시아 빈탄섬 북동쪽 영해에 닻을 내렸다는 이유로 인도네시아 해군에 나포됐다.
이후 선원들은 인도네시아 당국에 여권을 압수당한 채 빈탄섬과 바탐섬 사이 인도네시아 해군기지 앞바다에 정박한 DL릴리호 안에서 생활하며 불편을 겪었다.
DL릴리호 선사 측은 억류 초기부터 한국 외교부와 해수부에 "정부가 관여하면 더 복잡해질 수 있다. 자체적으로 해결하겠다"고 요청했다.
하지만, 억류 기간이 석 달을 넘기자 선원들이 "선사가 정보도 주지 않고, 음식 공급도 원활하지 않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선사 관계자는 "그동안 선박이 풀려나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했다"고 밝혔다.
권순웅 선장은 "도와주신 분들께 감사드린다. 그동안 선내 분위기가 쳐지지 않도록 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DL릴리호가 18일 오전 싱가포르항에 입항하면 이번 사건에 대한 경위 조사가 이뤄질 예정이다.
한편, DL릴리호는 풀려났지만, 한국 국적의 벌크화물선 'CH벨라호'는 여전히 억류돼 있다.
CH벨라호는 이달 11일 DL릴리호가 닻을 내렸던 지점과 거의 비슷한 곳에 닻을 내렸다가 영해 침범 혐의로 적발돼 해군기지 앞바다로 끌려갔다.
이 선박에는 한국인 선장과 선원 4명, 인도네시아인 선원 19명 등 총 23명이 타고 있다.
한국대사관 국방무관인 정연수 해군 대령은 "인도네시아 해군본부의 관련 부서와 긴밀히 협조하고 있다"며 "조만간 CH벨라호와 관련해 담당 해역 사령관을 면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날 선원들을 만나러 현장으로 출발했던 사건·사고 담당 류완수 영사는 일단 자카르타로 돌아왔다가 현지 해군의 방문 허가가 떨어지면 CH벨라호 선원들을 만나러 갈 예정이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보르네오섬 인근 남중국해 나투나 제도 주변 해역을 두고 중국과 분쟁 중이며, 이달 8일 조코 위도도 대통령이 직접 나투나 제도를 방문하는 등 배타적경제수역(EEZ)을 지키는데 관심을 집중한 상황이다.
noano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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