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시위대, 외국 세력에 훈련받았다" 치안총수 발언 논란
야당 "증거도 없는 무책임한 발언 불과" 강력 비판
시위대 휴대전화 3천700개 대거 압수수색도 논란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지난해 6월 초 시작된 홍콩 시위가 새해 들어서도 이어지는 가운데 홍콩 치안총수가 시위대를 겨냥해 외국 세력에게서 훈련을 받았다는 주장을 펴 야당의 거센 반발을 불렀다.
9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명보 등에 따르면 존 리 홍콩 보안국장은 전날 입법회에 출석해 시위대가 테러리스트 조직과 연계됐을 가능성을 묻는 친중파 의원의 질의에 "현재 외국 테러리스트 조직과 연계됐다는 증거는 없지만, 정부는 테러리즘 위험 등에 연루됐을 가능성을 면밀하게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존 리 보안국장은 홍콩 경찰을 이끄는 크리스 탕 경무처장과 함께 대표적인 강경파로 분류되는 인물이다.
리 국장은 "폭도의 행동에 비춰볼 때 우리는 그들이 분명히 훈련을 받았다고 믿는다"며 "온라인 뉴스도 해외 그룹이 개인들이 시위에 참여하도록 훈련시켰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홍콩 시위대를 훈련한 외부 세력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은 채 "정부 조사와 시위대 조직에 대한 정보, 시위대가 활용한 다양한 선전 도구 등을 종합해 이와 같은 결론을 얻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모든 시위나 사건은 미리 치밀하게 계획돼 조직적으로 이뤄지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러한 자원과 동원 능력에 비춰볼 때 소수의 비조직화한 폭도가 이러한 사건을 지휘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앨빈 융 공민당 대표는 리 국장의 발언이 2014년 대규모 민주화 시위인 '우산 혁명'의 배후에 외국 세력이 있다고 주장한 렁춘잉(梁振英) 전 홍콩 행정장관의 발언처럼 무책임하기 짝이 없다고 비난했다.
범민주 진영의 케네스 렁 의원은 "리 국장은 증거도 없이 무책임한 발언을 일삼고 있다"며 "시위대의 창의적인 시위 참여를 외부 세력의 훈련과 연계하는 것은 터무니없다"고 비판했다.
홍콩 경찰이 시위대 휴대전화를 대거 압수 수색을 한 것도 거센 논란을 불렀다.
리 국장은 지난해 6월부터 11월까지 경찰이 시위대가 소지했던 휴대전화 3천721대를 압수해 디지털 포렌식을 했으며, 이는 법원의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진행한 적법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홍콩 시위를 주도하는 조슈아 웡 등은 경찰이 불법으로 휴대전화 정보를 채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웡에 따르면 지난해 6월 21일 경찰본부 포위 시위를 선동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그는 8월 30일 경찰에 체포된 후 자신의 아이폰 휴대전화를 빼앗겼다.
그런데 자신이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제공한 적이 없고, 경찰이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자신의 왓츠앱 대화 내용 2건과 텔레그램 대화 내용 2건이 증거로 제출됐다고 설명하며, 이는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야당 의원인 찰스 목 의원은 "경찰은 휴대전화를 압수해 시위와 관련 없는 모든 내용을 들여다본다"며 "경찰이 시위대 휴대전화에 스파이웨어를 심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홍콩 인권단체는 최근 경찰이 시민들에게 검문검색을 하는 과정에서 휴대전화를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이를 거부하면 체포하겠다는 위협을 일삼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전날 저녁 홍콩 정관오 지역에서는 시위 현장에서 추락해 지난해 11월 8일 숨진 홍콩과기대생 차우츠록(周梓樂) 씨를 기리는 추모 시위가 열렸으나, 경찰은 최루 스프레이를 뿌리며 이를 해산시켰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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