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레드라인 망설일수도…체제보장 '안전판' 핵집착은 커질것"(종합)
美조야, 이란 군부실세 제거-北문제 함수관계 촉각…"비핵화협상 희망은 더 낮아져"
"'화염과 분노' 허풍 아닌 것으로 드러나…北, 이란에 대한 체제전복 시도로 간주"
(서울·워싱턴=연합뉴스) 하채림 기자 송수경 특파원 = 미국의 이란 군부 실세 제거와 북한의 향후 행동 및 비핵화 협상 간에 작용할 함수관계에 대해 미 조야의 시선도 쏠리고 있다.
미국의 '화염과 분노' 위협이 단순한 '종이호랑이'의 엄포가 아닌 실제 상황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고강도 도발을 자제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동시에 체재 보장의 '안전판'으로서의 핵에 대한 집착은 더욱 강화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 등을 토대로 한 미언론의 대체적 분석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당장은 '발등의 불'인 이란 사태에 주력, 북한 문제는 우선순위 면에서 뒷전으로 밀리면서 당분간 비핵화 협상 교착화가 장기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7일(현지시간) 북한과의 협상에 대해 여전히 희망적이고 대화를 할 수 있다는 데 관여돼 있다면서 일단 긍정적 언급을 이어가며 북한의 궤도이탈 차단을 시도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약속을 깰 것으로 보지 않지만, 약속을 깰 수도 있다며 경고의 메시지도 함께 발신했다.
CNN방송은 '가셈 솔레이마니의 죽음에서 김정은이 얻는 교훈'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솔레이마니를 죽이는 결정으로 (북핵 협상에) 주름살이 늘어났다"며 솔레이마니 제거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위협이 항상 허풍은 아니라는 게 드러남으로써 북한이 장거리 탄도미사일이나 핵무기 시험과 같은 도발을 고려하고 있더라도 도발을 일단 자제할 만한 사유가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시절 국방부 관리였던 밴 잭슨은 CNN에 솔레이마니 제거는 근본적으로 더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솔레이마니 처단을 본 김 위원장으로서는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무인기 공격을 명령할 거라고 생각된다면 언제라도 핵단추를 누를 수 있도록 유지해야 한다는 압박을 더 크게 느낄지 모른다는 것이다.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이나 리비아의 무아마르 카다피의 비참한 최후를 곱씹으며 자신들의 운명을 이라크, 리비아와 다르게 만든 유일한 것이 핵무기라는 믿음을 가져온 북한으로선 이번 사건을 보며 그러한 생각을 더욱 굳힐 수 있다는 분석이다.
CNN은 이와 함께 북한의 경우 미국에 도달할 수 있는 핵무기와 탄도미사일을 개발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이 북한에 군사적 옵션을 쓰기 전에는 '심사숙고'할 수밖에 없을 것이며 따라서 고위 장성 '참수작전'이나 이른바 '코피 전략'(제한적 선제타격론)을 쓰기 어렵다는 분석도 전했다.
CNN은 북미가 전쟁으로 향하는 듯했던 2017년 여름 백악관 내에서는 미국이 북한에 대한 일련의 제한된 타격에 나설 경우 김정은의 끈질긴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추구를 막을 수 있을 것이냐를 놓고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는 뒷얘기도 전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왜 북한의 국영 매체는 미국의 솔레이마니 살해를 좀처럼 언급하지 않았는가'라며 북한이 그동안 제3국의 입을 빌어 이번 사건을 보도하며 신중한 태도를 보여온 배경에 주목했다.
WP는 이번 사건이 북한 입장에서 지난 2년간의 잠정적 대미 외교가 실패로 귀결됐다는 김 위원장의 결론을 강화해주는 동시에 수십 년 전 이뤄진 핵 억지력 개발 결정에 대한 정당성을 입증해주는 계기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그럼에도 불구, 김정은의 앞길에는 위험요인들이 있다"며 "트럼프의 솔레이마니 살해 결정은 그의 나라의 핵무기 개발 속도를 더욱 높여야 한다는 확신을 주는 동시에 미국 대통령이 '화염과 분노'를 이야기할 때 그것이 단순한 엄포만은 아니라는 것을 입증해줬다"고 부연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미치광이 전략'이 상대를 압박하기 위한 '레토릭'(수사)이 아니라는 점이 드러남으로써 북한으로 하여금 ICBM 시험발사 등의 도발을 재고하도록 하는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WP는 북한은 솔레이마니 살해를 이란에 대한 미국의 체제 전복 시도로 간주하고 있어 그만큼 비핵화를 거부하고 체제 생존을 위한 '전략적 억지력' 추가 향상에 나설 것이라는 전문가의 견해도 소개했다.
AP통신도 '미국의 대(對)이란 공격은 북한에 파급효과를 미칠 것'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이번 사건이 북한 비핵화에 대한 외교적 해법을 더욱 무력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이란간 긴장이 이미 사라져가고 있는 비핵화에 대한 희망을 더욱 약화하는 동시에 체제보장의 가장 강력한 안전장치서의 핵에 대한 집착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라고 AP통신은 전했다.
북한이 당장은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자극 행위를 멈출 수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이번 공격을 북한의 침략에 맞서는 억지력으로서의 핵무기 강화 필요성을 합법화해주는 명분으로 활용할 것이라는 분석인 셈이다.
AP통신은 솔레이마니 살해가 북한이 시험발사 재개 등 '레드라인'(금지선)을 넘는 행위를 망설이게 할 수 있다는 전문가 견해를 전하기도 했다.
hankson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